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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자들은 ‘게임의 룰’인 선거법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등록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네 탓만 반복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범여권, 한국당 빼고 패트 지정 후 선거법 개정 논의
패스트트랙 지정 후 8개월 가량이 흘렀지만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범여권은 여전히 한국당을 제외하고 ‘4+1협의체(민주·바른미래 당권파·정의·민주평화·대안신당)’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4+1협의체는 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를 개의해 패스트트랙 지정때와 똑같이 내년도 예산안을 표결로 처리해 빈축을 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한국당은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 신청을 선언하는 등 선거법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4+1협의체에서 합의한 선거법이 아닌 패스트트랙 지정 원안을 상정해 무기명으로 표결하면 응하겠다며 4+1협의체의 공조를 뒤흔드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지지자들이 설훈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당직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등 물리적 충돌 사태도 재연됐다.
선거법 놓고 범여권에서도 밥그릇싸움
특히 4+1협의체를 주도해온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할 수 있는 석폐율제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중진 구제용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만이라도 석폐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재 4+1협의체는 개별적으로 만남을 갖는 등 비공식 회동을 통해 선거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4+1협의체의 선거법 합의가 이뤄지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임시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4+1협의체 선거법이 상정되더라도 여야간 밥그릇싸움을 하다가 누더기가 된 선거법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법안 처리율(발의주체별) 30.6%(2만3525건 중 7194건 처리)로 역대 최저 의안 처리율(42.82%)을 기록했던 19대때보다도 더 낮기 때문이다. 물론 네 탓때문이겠지만 역사에 기록돼 영원히 남는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