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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작년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희롱 사건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이 온 나라를 뒤흔든지 1년쯤 되던 지난 8일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깊은 좌절과 상실감에 빠졌다.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던 심석희(22) 선수가 최근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뿐 아니라 17세부터 상습적인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심석희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수사 중이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지만 얼굴이 알려진 빙상계 간판스타가, 그것도 여성으로서 앞으로 겪게될 모든 수모를 감수하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심 선수의 충격적 폭로 후 바로 다음날인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건에 대해 사과한 뒤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관련해 정부 내 컨트롤타워라던 여성가족부는 사흘이 지나도록 그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여가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과 연락해 조만간 만나 실무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여가부는 피해자 지원 주무부처로서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극적 답변만 내놨다. 이어 “여가부가 입장을 내는 게 맞는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문체부서 입장을 냈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일 먼저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차별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성평등 사회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가 그토록 어렵게 뗀 입이다. 진 장관의 발언대로 여가부가 진정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라면 더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