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공수처, 채해병 사건 구명 로비 주장 녹취 확보

'도이치 공범' 이씨, 지인 통화서 구명 로비 언급
"다른 사람 얘기 옮겨 말한 것일 뿐" 이씨는 부인
공수처 "제기 의혹 공적 수사 관련성 확인할 것"
  • 등록 2024-07-09 오후 10:08:25

    수정 2024-07-09 오후 10:08:2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채해병 사망 사고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모씨가 본인이 직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했다고 얘기하는 통화내용을 확보했다.

(오른쪽부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가 진행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익신고 의사를 밝힌 변호사 A씨를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통화 녹음을 제출받았다.

녹음에는 이씨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직후인 지난해 8월9일 A씨와의 통화에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씨(해병대 출신 전 경호처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더라. 그래서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이 통화에서 ‘별 3개 달아주려 했다’는 식으로 임 전 사단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때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바 있다. 이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이씨가 변호사 A씨, 전 경호처 관계자 B씨 등과 함께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정황이 나와 야권 등 일각으로부터 의혹을 샀다.

채해병 사망 사고는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폭우에 따른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채모 일병이 사망한 사고다. 해병대수사단은 사고 이후 수사결과를 경찰청에 이첩했으나 국방부 검찰단이 그 결과를 회수하고 박정훈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되는 등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행사 의혹이 이어져 왔다. 경찰은 지난 8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공수처는 자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씨가 A씨와의 통화 내용처럼 실제 구명 로비를 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 때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이씨 역시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전제로 ‘임 전 사단장을 알지 못하며 모르는 사람을 구명할 수 없다. (통화내용은) B씨가 임 전 사단장이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했던 얘기를 옮긴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여권 일각에선 A씨가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점,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변호했던 점을 들어 이 의혹 자체가 ‘잘 짜인 각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수처는 A씨의 진술과 녹음된 통화내용을 토대로 이씨가 실제로 대통령실 등에 임 전 사단장 구명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뺄 것과 넣을 것을 구분해 공적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청문회 때 나온 얘기부터 일부 언론 보도 내용까지 모두 참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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