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예종(사진·58)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금은 물량 측면에선 한진해운 파장 대부분이 해소됐다”며 참았던 미소를 내보였다. 공사는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0만TEU를 돌파하는 오는 22일 기념식을 연다. 이는 컨테이너 2000만개를 일렬로 세웠을 때 12만km 길이로 지구 둘레 세 바퀴 거리나 되는 규모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141년 만에 사상 최대 물동량이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우 사장을 만났다.
1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1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은 뒤 올해 2월17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1946만TEU로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감소했다. 우 사장은 “많게는 부산항 연간 물동량의 10%를 차지하던 한진해운이 사라진 것이어서 굉장히 우려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항, 올해 ‘지구 3바퀴’ 물동량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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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쉬는 일본 항만과 달리 부산항은 365일 24시간 가동돼 환적 물량을 처리했다. 협력사까지 포함해 부산항에 근무하는 4900개(인허가 등록 기준) 업체, 2만명이 주말도 반납하고 근무를 했다. 그 결과 올해 4월을 지나면서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였다. 우 사장은 “내년 물동량은 올해보다 4.4% 증가한 2140만TEU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3월15일 한국여행금지 지침을 발효하면서 부산항 등에 입항하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난 4월 해운 4대 얼라이언스가 3대 얼라이언스(2M, 오션, THE)로 재편됐다. 이 동맹에 가입 못한 선사는 선주들로부터 외면받게 돼 ‘제2 한진해운’ 사태가 우려됐다. 추석 직전인 지난 9월엔 부산항 감만터미널에서 독개미가 발견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현재 악재 상당수가 해결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뒤 부산항에 중국발(發) 크루즈 선박 입항이 20항차 늘었다. 우 사장은 “일본, 대만으로 올해만 108항차 17만명을 유치해 시장을 다변화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2M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부산항 등에서 운항을 개시했다.
“부산항 2만명 근로자들, 한국경제 애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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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우 사장과 직원들은 올해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다.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의 비정규직 149명, 부산항보안공사의 비정규직 6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자회사 2곳 모두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내년에는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 간의 임금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김영춘 해수부 장관 등과 함께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우 사장은 내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수산물류센터 건립 등 수산·물류 사업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선 마더포트(어머니의 항구)라고 부를 정도로 부산항은 상징성이 큰 곳입니다. 항만공사 사장을 맡고 있는 것에 가슴이 벅찹니다. 내년에는 부산의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힘을 더 쏟으려고 합니다. 부산항에서 일하는 2만명 근로자들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애국자라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