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 건 9월부터였다. 당시 중국 현지 매체들은 네이멍구 주요 도시의 어린이 병원에 수백여명의 환자들이 몰린다고 보도했다. 이후 베이징 등 중국 주요 지역에서 환자가 크게 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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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매체들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호흡기 질환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만, 인도네시아 같은 주변국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증상을 앓는 어린이 환자가 늘고 있다.
이미 주변국에서는 ‘중국 경계령’을 내렸다. 대만 위생복지부는 노인과 유아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중국에 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와 물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 여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폐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당장 중국인 입국 제한 같은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야 할까.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새로 발견된 병원체인가 여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호흡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병원체나 임상적으로 특이 양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국제 학술지 랜싯 미생물학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병원체로 5~12세 아동에게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유행하는 폐렴은 고열과 폐 결절이 발생해 전문가들의 경계를 부르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있다. 아직 안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셈이다.
중국에서 거주 중인 한 교민은 “폐렴 환자가 많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중국이 정말 난리가 난 것처럼 보도해서 걱정된다는 가족과 지인들의 연락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달 중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 예정인 기자 또한 지인으로부터 “지금 중국에 가면 바로 봉쇄 조치에 걸려서 수개월 이상 갇혀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고통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책은 필요하다. 조심해서 나쁠 이유는 없지만 과도한 걱정은 불안만 조장할 수도 있다.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보도나 무분별한 소문은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