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CEO들 "에너지 위기? 올해 아닌 내년이 진짜 문제"

BP CEO "에너지 가격, 이용 못할 수준까지 올라"
"단 높은 가스저장·각국 보조금에 올해는 견딜 것"
"문제는 내년, 내년 되면 많은 유럽인 더 큰 고통"
에니 CEO도 "유럽 가스 저장고 90% 이상 채워져"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하는 내년 저장고 빌 수도&qu...
  • 등록 2022-11-01 오후 4:47:20

    수정 2022-11-01 오후 4:49:0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각국 정치인들과 정부들이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높아지는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면서 잠재적인 불안에 대비하고 있지만, 다국적 에너지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적어도 올 겨울만큼은 에너지 위기를 걱정해야할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그에 따른 경제 재제로 인한 대립으로 인해 세계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부족 문제가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가오는 겨울철 유럽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추운 겨울 날씨와 석유 및 가스 부족으로 인명과 기업 활동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석유 및 가스 기업 CEO들은 에너지 위기 걱정은 올해 겨울이 아닌 내년 겨울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버나드 루니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CEO는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애디펙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이미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가처분소득의 50%를 에너지 구입에 쓰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은 점점 더 이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높은 가스 저장 수준과 각국 정부의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는 보조금 덕에 유럽도 올해는 위기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 겨울 대응 가능하지만, 문제는 내년 겨울이며 내년이 되면 많은 유럽인들이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클라우디오 데스칼치 이탈리아 석유 및 가스업체 에니 CEO도 “현재 유럽은 올 겨울에 대비해 이미 가스 저장고의 90% 가까이를 꽉 채워놓고 있다”면서 “올해는 심각한 가스 부족에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이 중 상당수는 지난달 미리 수입된 러시아산 가스와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경제활동 둔화로 인해 덜 구매한 다른 나라 가스로 인해 쉽게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 되면 러시아산 가스를 아예 수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저장해둔 가스의 98%가 사라지거나 아예 저장물량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내년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심각한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 등지에서는 가정용 에너지 요금이 급등한 탓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석유 및 가스 기업인 페트로나스의 다쿡 텡쿠 무하마드 타우피크 CEO는 “차량용 휘발유 가격이 크게 뛰거나 조리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급등하면 사회적인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달러화 강세와 연료가격 상승이 많은 아시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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