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비율을 재산정한 사업 구조 재편안을 의결했다. 재편안의 골자는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애초 두산그룹은 지난 7월 에너빌리티 종속기업 두산밥캣을 분할한 뒤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놨었다. 두산그룹은 기존 두산→에너빌리티→밥캣 등으로 이어진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을 주축으로 한 클린에너지 △로보틱스와 밥캣의 스마트머신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첨단소재 등으로 분리해 완전한 형태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꾀하는 한편, 사업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까지 나서 합병에 반대하는 등 부정적 여론이 거세졌다. 금융감독원은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정정 요청을 하기도 했다. 결국 밥캣과 로보틱스는 지난 8월 합병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수정된 사업 재편안은 이후 2개월여 만에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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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주들에게 사과하면서 “두산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족한 것을 반성하고 주주 및 기관과 좀 더 소통하겠다”며 “이번 안에는 금융당국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두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간지주 역할을 해오던 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본연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인 원자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터빈 등 고부가가치 사업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원전 시장은 호황을 맞이한 상황이다. 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다수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했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불가피하다.
박상현 대표는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이라며 “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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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캣은 에너빌리티가 아닌 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사업 시너지가 없는 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산 측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이 알짜 회사인 밥캣에 대한 (주)두산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밥캣에 대한 의결권은 재편 이전(에너빌리티 46% 보유)과 이후(로보틱스가 46%를 보유)를 비교할 때 어느 계열사가 갖느냐의 차이일 뿐 수치상으로 변화가 없고 지배력도 동일하다”고 했다.
두산은 이날 이사회 결과에 대한 금감원 승인 후 효력 발생 시 오는 12월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향후 추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여지도 남아 있다. 두산은 철회했던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에 대해선 향후 1년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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