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이번 주 후반에 이르러야 폭염 특보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보를 한 주 연기한 것이다. 잇따라 빗나간 예보에 일각에서는 ‘기상청=오보청’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90% 중반을 자랑하던 일기예보 적중률은 80%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상이변으로 폭염 패턴이 변한만큼 기상청만을 탓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평균 날씨 무너져…극심한 더위 매우 이례적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이날까지 53일간 평균기온은 31.8도로 집계됐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평년기온(29.3도)과 비교하면 2.5도 더 높다. 가장 무더웠던 1994년 여름(32.7도)과 차이는 0.9도에 불과하다. 올해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23일이나 된다.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26일)과 비교하면 3일 적다. 열대야 발생일수는 30일로 1994년(36일)보다 6일 적다.
하지만 8월 최고기온만 보면 1994년보다 올해가 더 덥다. 8월 1일부터 이날까지 22일간 평균기온은 34.6도다. 1994년(33도)보다 1.6도 더 높다.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 약화를 전망했던 기상청도 당황스러워하는 건 마찬가지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현재 기온을 관측해 미래의 기온을 내다 보는 데 현재 상황에 변수가 생겼다”며 “8월 셋째주 평년 낮 기온인 29도를 지나치게 웃돌아 예측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95.4%에 이르렀던 월별 예보정확도는 지난달 85%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떨어진 예보 적중률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우리와 비슷한 기온을 가진 일본의 예보 적중률은 60~70%대”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전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서 변수는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기상청은 2011년부터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비만 2019년까지 9년간 946억원에 이른다.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이 완성되면 한국 지형과 기상 상황에 적합한 고유의 모델을 통해 근본적 성능개선 및 기술습득 등에서 가지는 외국 수치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상청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1차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모델이 바뀐다고 바로 예보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튜닝작업을 하면서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