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어둠의 왕자'의 마지막 콘서트 [피용익의 록코노믹스]

2018년 건강 악화 이후 사실상 투어 중단
고향 버밍엄에서 두 차례 콘서트 추진
"팬들에게 정식으로 작별 인사 하고 싶다"
  • 등록 2024-01-25 오후 6:18:18

    수정 2024-01-25 오후 6:18:18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번엔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7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와 악화된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말이다. ‘어둠의 왕자’로 불리는 헤비메탈 가수 오지 오스본 이야기다.

오지 오스본 ‘페이션트 넘버 나인’ 앨범 표지
오지 오스본이 마지막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영국판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오지의 아내이자 매니저인 샤론 오스본은 최근 이 매체와 만난 자리에서 “그(오지)는 투어를 하지 않겠지만, 그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적이 없어서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만큼 두 번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지는 1948년 생으로, 올해 만으로 75세다. 최초의 헤비메탈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블랙사바스를 1968년에 결성했고, 이 시절 ‘어둠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1979년 마약과 알콜 중독 문제로 밴드에서 해고된 후 1980년 솔로로 전향하면서부터는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은 블랙사바스 시절 9개와 솔로 앨범 13개를 포함해 총 22개다. 앨범 판매량은 총 1억장이 넘는다.

한창 젊었을 때는 무대에서 박쥐 머리를 물어뜯을 정도로 혈기왕성했던 오지의 건강은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하게 악화됐다. 2019년 폐렴으로 투어를 연기한 데 이어 낙상 사고로 척추를 다쳐 네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2020년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오지의 투어는 사실상 중단됐다.

오지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작별 인사를 하거나 감사 인사를 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정기적으로 공연을 할 수 없다면, ‘여러분, 내 인생에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 한 번의 공연을 하면 족하다”며 “그것이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는 일이고, 만약 내가 그 일의 마지막에 죽게 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죽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오지의 계획은 구체화되고 있다. 여러 도시를 돌며 콘서트를 하는 투어 대신 특정 지역에서 마지막 공연 무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콘서트 장소는 오지 오스본의 고향인 영국 버밍엄의 애스턴 빌라가 될 전망이다.

과연 오지는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이에 대해 “그(오지)는 쉬는 동안 노래 레슨을 받아왔기 때문에 목소리가 완벽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발표한 엘범 ‘페이션트 넘버 나인’을 들어보면, 70대 중반의 노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보정 작업이 가능한 스튜디오 레코딩과 라이브 무대는 환경이 다르겠지만, 투어가 아닌 한 두 차례의 공연을 소화할만한 건강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앞서 오지가 수 차례 은퇴 선언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이번 마지막 콘서트도 진짜 마지막은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한다. 돈이 궁해지니 다시 무대에 설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지의 재산은 약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돈으로 3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몇대손까지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가진 노인이 돈을 벌기 위해 무대에 설 리는 없다. 오지는 우리에게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을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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