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고 ‘엄지 척’(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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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김보겸 기자] 논란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79%의 예방 효과를 거뒀다고 AZ 측이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종전 임상에서의 효과(70.4%)보다 높아진 수치로, 모든 연령대에서 효과를 냈으며 우려했던 혈전 형성 위험도 감지돼지 않았다. ‘AZ 백신은 안전하다’는 유럽연합(EU) 보건당국에 이은 것으로, 각국의 AZ 백신 접종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AP·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Z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입원이 필요한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데엔 100%의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선 전체평균보다 되레 더 높은 80%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3상 시험엔 3만244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2만여명은 백신 접종을, 나머지는 위약(플라시보) 투약을 통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우려했던 AZ 백신의 혈전 형성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았다.
그간 의학계는 이번 시험이 AZ 백신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작년 말 AZ 측 발표를 보면 임상시험 과정에서 보인 AZ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는 70.4%로, 화이자(95%)·모더나(94.5%)의 효능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Z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옥스퍼드대 백신그룹을 이끄는 앤드루 폴러드는 “새 대상자들을 상대로 주목할만한 효능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EU 보건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18일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 임시회의를 열어 “백신 접종이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이번 미국에서의 3상 시험에서도 별다른 혈전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각국의 AZ 백신 접종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AZ 백신 개발국인 영국은 이미 EMA의 결정 직후 곧바로 접종을 재개했으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AZ 접종을 보류했던 유럽 국가들도 지난주 줄줄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도 이날 한국에서 생산한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같은 날 인도네시아도 AZ 접종을 재개했다.
AZ 백신의 몸값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영국과 EU는 치열하게 AZ 백신 확보전을 벌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EU는 네덜란드에서 생산한 AZ 백신을 영국에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에 백신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률이 EU보다 높은 나라들에 대해 백신 수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며 EU 조약 122조 발동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발동된 적이 없다. 이에 영국도 발끈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과 벽을 세우려는 건 EU와 영국 시민 모두에게 손해를 끼칠 뿐”이라며 “EU 평판이 손상되면 단기간에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 백신 접종률은 12%에 불과해 영국(43%)과 미국(37%)을 훨씬 밑돈다.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 절반이 넘는 2760만명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 AZ 백신 맞는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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