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보다 위험"…의회·여론 압박에 탄핵 걱정하는 트럼프

공화당까지 나서 "녹음테이프 있으면 제출해야" 압박
민주당, 특별검사 임명 사실상 당론화…필요시 탄핵까지 고려
여론도 악화일로…反트럼프 시위까지 벌어져
  • 등록 2017-05-15 오후 3:01:05

    수정 2017-05-15 오후 3:01:05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자신의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내통했다는 커넥션을 조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경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다른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어쩌면 워터게이트 당시보다 더 위험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까지 걱정해야할 상황이 되고 있다.

사태를 키운 건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코미 전 국장은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쓰면서 사실상 코미에 대해 협박을 가했다. 이는 바로 하루전인 11일 트럼프가 “코미 국장이 나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시켜 달라며 부탁했고 내가 수상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줬다”고 언급하자 코미측이 “트럼프의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면 코미 전 국장 몰래 녹음을 했다는 것인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백악관이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관행은 지난 40년간 없었다는 게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믿음인 만큼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반면 테이프가 없다면 또 한번 거짓말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문제는 공화당까지 가세한 미 의회 공세가 엄청나게 거세다는 점이다. 14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NBC에 출연, “백악관은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진짜로 있는 것인지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테이프로 녹음했다는 건 좋게 봐줄 수 없는 일이다. 실제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반드시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도 “대화를 녹음했다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비판하면서 “만약 (백악관이) 녹음을 했다면 그들을 의회에 소환하고 테이프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한술 더 떠 특별검사 임명을 사실상 당론으로 요구하며 여차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까지 끌고 가려는 태세를 보인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차기 FBI 국장 인선을 저지하겠다”며 “누가 FBI 국장이 되느냐는 누가 특검에 임명되느냐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도 특검 임명 요구에 가세해 주길 당부했다. 특히 상원 정보위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탄핵 직전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과거 은밀하게 모임과 만남을 녹취한 전직 대통령들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날 NBC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코미 전 국장 해임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38%는 반대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32%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향후 바람직한 러시아 의혹 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78%가 현재 진행중인 의회 상임위를 통한 조사보다는 독립적인 특위를 구성하거나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게다가 트럼프가 소유한 로스앤젤레스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는 200명의 시위자가 모여 30피트(약 9.1m) 길이의 `RESIST!(저항)` 글자 형태로 모이는 플래시몹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 두고 지난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기자 중 한 명인 칼 번스타인은 “지금은 어쩌면 워터게이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매우 위험한 순간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와 그 주변 사람들이 지난해 대선기간 우리 민주주의와 자유선거의 기초를 훼손하려는 적대적 외국(러시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FBI 국장 해임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했고 은폐 여부에 관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대답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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