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폭 지원에도…회의론 커지는 日 반도체 라피더스

28나노 레거시→2나노 최첨단 '점프' 글쎄
日지원금 대부분 '소자'로…설계 지원 '미미'
수율, 고객사 확보 난항…경영진 70대 고령화
  • 등록 2024-09-04 오후 4:26:36

    수정 2024-09-04 오후 7:08:07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향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음에도 라피더스를 향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단박에 최첨단 공정으로 점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최첨단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중심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지만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등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토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2022년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출발한 라피더스를 두고 안팎에서 빠른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대부분 28나노급 레거시 반도체로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특수 반도체다. 현실적으로 28나노에서 2나노 이하 최첨단 회로로 건너뛰어 기술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부에서도 바로 최첨단 공정으로 점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상당히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일본이 지금 아무리 투자해도 2035년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거의 미미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는 고도화한 기술과 함께 수율(완성품 비율) 안정성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설계 분야는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 정부가 소자 제조 기술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라피더스를 비롯해 기술연구조합 최첨단반도체연구센터(LSTC)가 설계 쪽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일본 매체인 현대비즈니스는 라피더스의 최고경영진 고령화 문제를 꼬집으며 “글로벌 고객사 확보 난항 등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히가시 테로 라피더스 회장과 코이케 준요시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70대로 현업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인사들이다.

현대비즈니스는 “라피더스가 2나노 생산에 성공한다 해도 양산 실적이 없어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자는 ‘퇴역병’인 70대인데다 현장 경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츠요시 코이케(왼쪽) 라피더스 CEO.(사진=라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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