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삼성준법위 정기회의…주총서 논란된 '이재용 취업제한' 논의

19일 정기회의서 이재용 '취업제한' 논의할 듯
전날 시민단체들 "준법위 논의는 '월권'" 지적
준법위 "주요 현안인 만큼 논의 가능성 높아"
위원들 의견 엇갈려 이날 결론 낼지는 미지수
  • 등록 2021-03-18 오후 4:33:17

    수정 2021-03-18 오후 4:33:17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지난 17일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가 19일 열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정기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 주문으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6일 오전 정기회의를 연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준법위, 이재용 ‘취업제한’ 논의

준법위는 오는 1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정기회의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부거래, 대외후원금 지출 등 정기 안건 외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직위 유지 여부를 논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현안인 만큼 이번 회의 안건에서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기회의를 이틀 앞두고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직위 유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준법위 관계자는 “시민단체 지적에 대해선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정기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주총에서 “이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수감생활로 인해 출근형태만 비상근으로 변경됐을 뿐 여전히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취업제한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하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주주들의 발언들도 쏟아졌다.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을 해임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가 막히고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라며 “이 부회장은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1·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놓을 이유가 없다”며 이 부회장을 옹호했다.

이에 김기남 부회장은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준법위에 대해서도 “설립 후 준법경영을 위한 의견을 줄곧 제시해왔고 계열사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준법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옥중경영’도 멈추나…이날 결론 날진 미지수

이번 논란은 지난달 법무부가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6억80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특가법 적용을 받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쟁점은 이 부회장처럼 형이 집행 중인 상태도 법 적용 대상이 맞냐는 것이다. 법 조항이 취업제한 대상을 ‘형 집행이 종료된 경우’라고 명시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 이 부회장 측은 현재 형이 집행 중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취업 제한 규정이 신규 취업에 국한될 뿐 기존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급여를 받지 않고 있는 데다, 등기임원도 아니기 때문에 ‘취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대 측에서는 형이 집행 중이더라도 취업제한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이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만큼, 이사회가 부회장을 당장 해임해 ‘옥중경영’을 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

‘취업제한’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 사례가 이번 논란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은 최근 집행유예 기간 중 대표이사 취임을 불승인한 법무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형이 집행 중인 상태에서도 취업제한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법 조항을 폭넓게 해석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법 조항의 모호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항소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준법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형 집행 종료 후에 취업제한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과 수감 중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다만 이번 정기회의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서 준법위는 지난달 16일 열린 정기회의에서도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준법위 관계자는 “현재로썬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를 예상할 수 없다”며 “결론이 난다면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준법위 결정으로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내려놓을 경우, 사면복권이 되거나 법무부에 취업 허가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만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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