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침해" vs "시대적 가치"…토지공개념 뜨거운 찬반논란

  • 등록 2018-03-21 오후 5:38:52

    수정 2018-03-21 오후 5:48:5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땅이 먹는다.ㅠㅠ.”

작년 11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에 걸려있던 현수막 글귀다. 당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 지대 추구의 모순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일어날 때까지 치열한 노력은 계속 돼야 한다”며 토지공개념 도입 군불을 뗐다. 그 후 4개월만에 청와대가 토지공개념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했지만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19세기에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 소유와 처분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개인이 자신의 노동생산물을 사적으로 소유할 권리가 있지만 창조하지 않은 것, 대표적으로 토지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귀속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추 대표는 당시 토론회에서 “헨리 조지가 지대 추구를 방치하면 우리가 언젠가 땅주인이 숭배받는 세상이 올 것이다고 예언했는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고 있다”며 “우리는 노후·복지 등이 보장되는 건물주와 땅주인들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 등의 경제학자도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땅주인이 얻는 불로소득을 비판한 바 있다. 1919년에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에서도 “토지의 경작과 이용은 토지 소유자의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 노동과 자본 투하 없이 이뤄지는 토지 가격 상승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토지공개념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당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면서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자 토지공개념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

1989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유휴지의 가격 상승분에 최대 50%의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초과이득세법’, 특별시와 광역시 내 개인택지 중 200평을 초과한 땅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택지소유상한제’, 택지·관광단지 조성 등 개발사업 시행자로부터 개발이익의 50%를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초세법에 대해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폐기됐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 종합부동산세, 그린벨트제도 등에 일부 토지공개념의 개념이 반영된 제도도 있다.

토지공개념 강화를 찬성하는 쪽은 양극화를 막고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은 물론이고 개념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유자들은 불로소득을 얻게 되지만 서민들은 소외돼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 특히 세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개발로 땅값이 올랐을 때 그 수혜를 땅주인이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헌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토지공개념은 현대가 요구하는 핵심적 가치기 때문에 대두된 것“이라며 ”이미 토지공개념 요소가 법률적으로도 많이 들어와있는 상태인데 헌법에 명시된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토지도 시장경제에 맡겨야 하며 정부가 개입하면 부작용이 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급등을 불렀던 경험을 여러번 겪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활황세도 아니고 전방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이번 정부 들어 잘못된 정책으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만 뜨거워졌다“며 ”이같은 규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형연 법무 비서관(오른쪽)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정무수석, 김 비서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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