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근 한은 금통위원 "금리 인하" 주장한 까닭은(종합)

2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하성근 홀로 "인하"
"경제성장률 3% 상당폭 밑돌 것"
전세계 금융완화中…금리 내려도 정책비용 '제한적'
  • 등록 2016-03-02 오후 6:00:26

    수정 2016-03-03 오전 7:48:41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는 가운데 수출 감소세는 확대되고 내수 개선흐름은 약해졌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당초 전망(각각 3.0%, 2.0%)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8개월 만에 만장일치가 깨진 까닭이다. 하성근 한은 금통위원(사진)은 이같은 판단에 홀로 소수의견을 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2일 공개된 지난달 16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하 위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국 개방형인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적시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리 인하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지난해 6월 문우식 금통위원 이후 8개월 만에 등장한 소수의견이었다.

대내적으로 수출 감소세와 약해지는 내수 개선흐름이 금리 인하 요인으로 꼽혔다. 하 위원은 지난 1월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나빠졌고, 또 상당기간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 요인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이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활동 지표도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예상했다. 지난해 이후 제조업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고 1월 설비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기준치를 밑도는 등 설비투자가 더 부진할 수 있다는 것.

하 위원은 소비심리에 대해서도 “최근 내수활성화 대책 종료, 주가 급락, 부동산 경기둔화 기미,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 확대 등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둔화하는 징후를 보인다”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소비의 하방위험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봤다.

게다가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0.8% 상승하며 목표치 2.0%를 한참 밑돌았다. 그는 “수요 측 (상승) 압력이 여전히 미약하고 국제유가도 하락해 물가상승률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에 기대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하 위원은 “세계 경제 상황이 바뀌고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행태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적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일본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외려 추가 금융완화를 실행하거나 계획하고 미국마저도 금융완화 축소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 위원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책비용’(부작용)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 자본의 유출 확대 가능성에 대해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심리 급증에 동조화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그 폭이 제한적”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2월부터 감독당국의 관리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의 증가속도가 상당수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 위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4, 5월에도 금리 인하를 주장했고 그 다음달인 6월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시장이 3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점치는 주장이 우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통위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낮추려는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효과가 지금으로선 불확실한 데 비해 이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된다”며 “지금의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융시장의 리스크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내외 금융 불안정요인을 점검하고 거시경제 흐름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위원들의 의견이 나왔다.

단위 : %, 자료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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