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오예 연출 "종교의 광기 통해 시대현실 보여주고파"

예술의전당 오페라 '노르마'로 첫 내한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개막작
"전통의 틀 벗어나 현실적인 오페라"
26일 개막…소프라노 여지원 등 출연
  • 등록 2023-10-04 오후 6:50:00

    수정 2023-10-04 오후 7:42:1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증오·전쟁·종교·광기·희생.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를 연출한 알렉스 오예(Alex Olle, 63)는 이 작품의 주요 키워드를 이렇게 꼽았다. 단어만 들어도 극적이고 파격적인 무대가 예상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예 연출 또한 기존 오페라와 다른 새로운 무대를 예고했다. 그는 “‘노르마’는 전통의 틀에서 벗어난 오페라”라며 “이 작품을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무척 기쁘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페라 ‘노르마’의 연출가 알렉스 오예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노르마’는 벨칸토 오페라(화려한 기교의 창법을 중시하는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의 작품으로 1831년 초연했다. 로마 제국 시대, 옛 프랑스 영토인 갈리아를 무대로 드루이드교의 제사장인 노르마와 점령군 수장이자 로마의 총독인 폴리오네, 그리고 노르마를 따르는 여사제 아달지사의 비운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주인공 노르마 역을 맡는 소프라노에게 고난도의 가창력을 요구해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는 ‘노르마’는 스페인 출신의 오예 연출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2016년 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인 프로덕션이다. 오예 연출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연출가다. 현재 스페인의 전위 예술 그룹 라 푸라 델 바우스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오예 연출은 이번 작품의 주요 키워드 중 ‘종교’를 특히 강조했다. 주인공인 노르마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 바로 종교이기 때문이다.

“저는 모든 종교를 존중합니다. 어떤 종교든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종교가 도를 지나쳐 선을 넘어서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화형까지 시키는 종교의 광기를 통해 지금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오페라 ‘노르마’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오페라는 작품에 따라 여성 캐릭터의 묘사 방식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노르마’도 그렇다. 주인공 노르마는 현대적인 관점에선 지나치게 수동적인 여성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예 연출은 “지금 시대에도 노르마처럼 억압받는 여성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시대의 오페라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그는 “현실적인 여성과 전통적인 여성을 구분하지 말고 인물들의 삼각관계 속 노르마가 보여주는 증오, 사랑, 시기, 질투 등 다양한 감정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대 위 성악가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등장하고, 종교를 상징하는 수백 개의 십자가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관점에 따라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오예 연출은 “나는 나의 무대가 그로테스크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예 연출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찬욱 감독 등 한국영화의 오랜 팬이라는 그는 “한국 문화가 친숙해서 짧은 일정임에도 이번 첫 한국 방문이 무척 기쁘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노르마’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소프라노 여지원, 데시레 랑카토레가 노르마 역에 캐스팅됐다.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베이스 박종민 등이 출연한다. 지휘자 로베트로 아바도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

오페라 ‘노르마’의 연출가 알렉스 오예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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