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펜타닐 원료 팔아 암호화폐 수백억 챙겨

英엘립틱 "펜타닐 원료 공급 中기업 90여곳 확인"
"90% 이상이 암호화폐 결제…비트코인이 가장 많아"
  • 등록 2023-05-25 오후 5:57:58

    수정 2023-05-25 오후 5:57:58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의 일부 화학기업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원료를 밀매해 수백억원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에서 펜타닐 원료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전자지갑을 추적한 결과, 판매대금으로 보이는 대규모 암호화폐 입금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사진=AFP)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의 블록체인 추적업체 엘립틱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90개 이상의 중국 화학기업이 펜타닐 원료를 판매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엘립틱은 이들 기업이 최소 수십개의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지난 수년 간 2700만달러(약 357억9000만원)가 넘는 암호화폐가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펜타닐 원료를 팔아 수백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엘립틱은 “일부 기업은 펜타닐을 만들 수 있는 원료 뿐 아니라 펜타닐 자체를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며 “90% 이상의 기업이 암호화폐로 결제를 진행했다. 비트코인이 가장 광범위한 결제수단이었고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가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5월 펜타닐 계열 물질을 마약류 및 향정신성 물질로 규정하고 펜타닐 생산·판매·유통을 금지했다. 또 2021년에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여전히 불법 펜타닐 및 펜타닐 원료 판매가 지속되고 있고, 암호화폐가 불법거래 수단으로 버젓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국이 펜타닐 원료 공급을 이유로 제재한 중국 기업 2곳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래에 암호화폐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중국 화학기업을 자국에 유통되는 불법 펜타닐 원료의 주 공급원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중국 기업들로부터 원료를 사들인 뒤 펜타닐로 제조해 미국에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중 갈등이 악화할 때마다 중국이 펜타닐 원료 기업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해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불법 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해 공조했으나 최근 미·중 갈등으로 관련 협력이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까지 미국 정부는 주미중국대사관과 펜타닐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같은해 8월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관계가 악화한 뒤 중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미국대사는 이달 초 펜타닐 관련 대화 채널 재개를 촉구했다.

불법 펜타닐 중독은 현재 미국 청장년층(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펜타닐은 모르핀·헤로인보다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하면서도 제조가 쉽고 가격이 저렴해 미국 사회에서 급속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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