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사원 공사장 인근에서 동물성 기름으로 추정되는 하얀 액체가 뿌려졌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사원 건축주 측은 경찰에 신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8일 이슬람사원 건축주 측이 공개한 CCTV 영상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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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슬람사원 건축주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전날 오후 7시 32분께 우산을 쓴 A씨가 맞은편으로 걸어간 뒤 냄비를 든 B씨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B씨는 한 손에 냄비를 들고 안에 든 액체를 20초가량 골목길 바닥에 여러 차례 뿌렸다.
A씨는 B씨와 보폭을 맞추며 액체가 뿌려지는 것을 본 뒤 자신이 걸어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인근에 뿌려진 액체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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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3시 5분께 사원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액체가 2m가량 흩뿌려져 있었다. 악취는 없었으며 밟으면 미끈거리는 상태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라드(돼지 지방) 같아 보인다”며 “우리 집이 옛날에 중국 음식점을 했는데 그때 맡은 라드랑 같은 냄새”라고 말했다.
건축주 측은 “(뿌려진 물질의) 냄새 그리고 사원 앞에 돼지머리가 등장했던 것을 미루어봤을 때 동물성 기름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고 추후 경찰에도 신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 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측은 “우리도 오늘 기자들 연락을 받고 처음 알았다”며 “비대위 소속 주민이 아닌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골목길이 사유지인지 공유지인지 등 여러 가지를 조사해 봐야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인근에 뿌려진 액체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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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은 지난해 9월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2년 가까이 건축주와 인근 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9월 삼겹살을, 12월에는 통돼지 바비큐를 구워먹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 삶은 돼지머리를 갖다 놨다. 지난 2월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 국밥을 먹는 행사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집회 과정에서 비대위 측과 건축주 측의 물리적인 충돌도 있었다.
주민 2명은 공사 방해 혐의로 주민 1명은 현장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파키스탄인 유학생이 건축주 측 천막을 치우려는 주민의 팔을 손으로 밀친 혐의(폭행)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