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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혼 등을 통해 가구를 형성하고 그 가구의 근로소득간 지니계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0.361로 개인의 근로소득 지니계수(0.547) 대비 34%나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평균은 0.407로 20.2% 개선되는 정도로 집계됐다. 지니계수도 주요국 평균 대비 더 개선되는 모습이다.
결혼이 어떻게 근로소득의 불평등을 낮췄을까. 보고서를 작성한 박용민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은 결혼을 통해 가구내 소득이 공유되면서 불평등이 낮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이 결혼하거나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의 여성이 결혼하는 등 소득에 격차가 있는 남녀가 결혼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뚜렷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결혼 전 배우자의 선택 기준을 봤을 때 취업 여부보다는 교육 수준, 자녀 교육에 대한 적극성을 우선시했을 가능성 또는 결혼 후 가사, 육아를 남편 또는 아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분업화가 강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으로 추측되고 있다.
만약 고소득자간 결혼, 저소득자간 결혼이 많아지고 1인 가구 비중이 주요국과 같아진다면 우리나라의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396으로 종전(0.361)보다 10%나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유럽 수준으로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많아진다면 지니계수는 0.417로 15%나 급등한다. 이렇게 된다면 가뜩이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한 상황에서 가구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 순위가 현재 0.315로 주요국 10위 수준에서 3위 수준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롬비아, 미국 다음으로 가장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박 차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결혼 성향이 낮고 1인 가구 비중이 적어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가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다소 높은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의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등 불평등 완화 기제를 갖춰 나가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