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삐그덕 대는 증시…결국 관건은 대외재료

최순실 쇼크로 불안한 주식시장…날뛰는 정치테마株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의결시 급락 후 빠른 회복
"수출주도형 韓 경제, 내부보다 외부요인 영향 커"
  • 등록 2016-10-31 오후 4:24:16

    수정 2016-10-31 오후 4:24:16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국정을 농단한 소위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하야 등이 연일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며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이 경제에까지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과거 경험상 정치적 혼란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늘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며 그보다는 대외변수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정치불확실성에 삐걱대는 증시…정치테마株만 난무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통령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 보도가 나온 지난 24일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는 1.9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58% 하락해 더 크게 출렁였다. 이 기간 중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747억원을 순매도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株)들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레임덕 우려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관련주가 급등세다. 상임고문이 문 전 대표와 같은 경남고 동문으로 전해지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고려산업(002140)은 최근 5거래일 동안 2배 이상 급등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또 문 전 대표 자택인 경남 양산 지역에 공장이 위치한 비엠티(086670)는 같은 기간 51% 급등했다. 반면 그동안 급등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주는 줄줄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반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인 지엔코(065060) 주가는 24일 이후 20% 가까이 급락했고 씨씨에스(066790), 휘닉스소재(050090) 등도 같은 기간 15~25%씩 떨어졌다. 이밖에 안철수, 김무성 관련주가 상승하고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씨가 운영하는 기업 주가는 급락하는 등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정치테마주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아울러 최근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가 코스닥 주식 투자로 대박을 내주겠다며 지인들에게 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시장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盧 탄핵당시 10% 급락후 곧 회복…대외변수 주목해야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자 시장은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 당시와 현 상황을 비교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탄핵안이 의결되던 3월 12일 당일 코스피는 장중 5.5%까지 고꾸라지며 패닉 반응을 보였고 일주일만에 10%나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 당시에도 코스피는 사건 발생 후 열흘이 채 안돼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빠르게 수습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증시에서는 그 다음달인 4월에 발생한 중국발(發) 긴축 우려가 더 파괴적으로 작용했다. 단 3주만에 주가는 고점대비 무려 24%나 밀렸는데 이는 곧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는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적인 경제 상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12월 미국 두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유동성 환경이 불확실하다보니 신흥국내에서 정치적 상황 변화에 자금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레임덕 우려와 정치 상황으로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은 일정 부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 정부는 주변국과 달리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펼치는데 소극적이어서 정부 정책 자체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악재에 대한 반응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핀과 태국이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외국인 자금흐름 변화를 보이며 증시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이 사례를 한국에 확대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3분기 기업실적은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면 대체로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고 미국과 유럽 중국 브라질 등 수출 대상국 경기도 호전되는 분위기라 대형가치주 중심의 시장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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