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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시는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을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작은 반포대교와 잠수교 사이 공간에 분홍색 공중보행다리를 조성하는 게 특징이나, 폭우·홍수에 손상될 위험이 있고 반포대교 구조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는 토목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처럼 설계공모 당선작의 안전성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양재고개 녹지연결로’는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디자인 그대로 설계·건설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디자인을 변경했다. 한강대교 아치교 사이에 보행다리를 놓는 ‘백년다리’ 설계안 역시 시공성·안전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보도교, 인공대지, 생태통로는 토목시설인데도 건축물로 발주된 것이 문제”라고 짚은 뒤 “공모 심사위원회에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심사위원들이 구조물의 실현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설계공모 시 구성하는 운영위원회, 전문위원회, 심사위원회에 발주기관 및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실격 기준을 마련해 당선작을 탈락시키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건축물과 토목 시설물이 혼합된 ‘복합시설물’에 대해서는 기본계획 단계에서 디자인 중요도에 따라 적합한 발주방식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최근 복합시설물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건축물이냐, 토목 시설물이냐’를 명확하게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며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시설물 기준을 따르되, 건축과 토목 각 분야별 가중치를 조정해 공모와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는 “해외 주요 나라들은 설계공모에 건축가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경관, 조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설계공모 제도와 정보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