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희토류 ‘탈중국화’ 어떻게 성공했나

[이슈포커스]中 희토류 굴기에 위기 몰린 韓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에 수출 제한 ‘직격탄’
日 기업들, 대체품 개발·자원 재이용 연구 성공
정부, 희토류 발굴·공급망 강화법 제정으로 대응
  • 등록 2023-04-18 오후 8:40:00

    수정 2023-04-18 오후 10:05:28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중국이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선제적으로 자원 ‘탈중국화’에 나선 일본의 사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 산업계는 지난 2010년 중국이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일본 순시선이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 정부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일본 산업계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휴대폰,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로 특히 일본의 주력 수출품이었던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 필수적이었다. 당시 일본의 중국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약 90%에 달했다. 2021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는 매장량 37%, 광물 생산량 60%, 공급량의 약 90%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제한 시행 이후 일본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인 네오디뮴(Nd)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자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했고 기업들은 제조 원가에 치명타를 입었다. 곤욕을 치른 일본은 즉시 탈중국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그 결과 최근 중국 의존도를 60%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덴산 연구소 전경. 니혼덴산은 희토류가 원료가 되는 영구자석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스위치 트리라크탕스(SR)’ 모터를 개발했다. (사진=니혼덴산 홈페이지)
일본 자동차·전기 업계는 희토류 대체품 개발과 재이용 연구에 힘을 쏟았다. 도요타자동차는 2018년 네오디뮴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신형 자석 개발에 성공했고 미쓰비시머티리얼스는 모터에서 나오는 네오디뮴 회수 기술을 개발했다. 니혼덴산은 희토류가 원료가 되는 영구자석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스위치 트리라크탕스(SR)’ 모터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일본 종합기업 소지츠와 석유·가스·금속 관련 국영기업인 조그멕(JOGMEG)이 2억 호주 달러(약 1756억원)를 호주 희토류 업체 리나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직접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900㎞ 떨어진 미나미토리섬 주변 해저에 매장된 희토류 채굴에 돌입한다. 올해 기술개발에 착수해 5년 이내 시험 채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와세다대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에 따르면 이곳에 매장된 희토류는 1600여만톤(t)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수백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정책적인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국회 통과시켰다. 경제안보법에는 반도체·희토류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주요 광물과 축전지, 의약품 등에 대해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해당 법의 단계적 시행으로 전략 물자 조달을 해외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등 일본 경제 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일본의 공급망 정책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폐기되는 스마트폰이나 축전지에 포함되는 희토류 등을 회수해 일본 내에서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 관점에서의 자원순환·재활용정책을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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