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1월 22일 A씨는 성명불상자로부터 ‘불법 환전 업무’를 도와주면 월 400만~6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성명불상자는 마카오에 있는 환전소 본사의 한국 고객을 상대로 한 업무를 위해 A씨 계좌번호가 필요하다 요청했고 A씨는 본인의 계좌번호를 알렸다.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불법 환전이 아닌, 보이스피싱 편취금을 숨기기 위해 A씨 계좌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29일 성명불상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940만원을 A씨 명의 계좌로 송금받고, A씨는 수수료 15만원을 제한 925만원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가담한 셈이 됐다.
구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은 “누구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2심은 “고객이 입금한 돈을 인출해 환전소 직원에게 전달하는 업무가 어떤 법률에 의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등록 환전 영업은 그 자체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불법적인 자금의 세탁, 조세포탈, 횡령 등 다른 범죄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행위이므로 무등록 환전 영업을 위해 타인의 금융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은 이 사건 규정이 말하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타인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인이 사기 범행을 통한 편취금을 타인의 금융계좌로 송금받는 이유는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범인의 신원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전형적인 경우이므로 역시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타인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등록 환전 영업 등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줄 경우, 실제 목적이 무등록 환전 영업이 아니라 전기통신금융사기 편취금의 은닉이었다고 하더라도 금융실명법위반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불법적인 금융계좌 정보 제공행위를 근절하고자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