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민 보호대책 마련 후 CPTPP 가입 추진해야"

수협, 정부에 CPTPP 가입 반대 건의서 전달
수산업 경쟁력 강화 위한 어업인 건의서 채택
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 후 가입 추진 촉구
  • 등록 2022-05-17 오후 4:20:46

    수정 2022-05-17 오후 4:20:46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전국 수산인들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100%에 가까운 관세 철폐율은 수산업의 근간을 흔들뿐더러 국가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CPTPP 가입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관련 대책을 먼저 수립한 후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협중앙회가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본부에서 CPTPP 대책위원회를 열고 ‘CPTPP 가입 반대 어업인 건의서’를 채택했다. 사진은 CPTPP 대책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수협중앙회)
수협중앙회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본부에서 CPTPP 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CPTPP 가입 반대 어업인 건의서’를 채택하고, 이날 오후 정부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CPTPP 대책위원회는 정부의 CPTPP 가입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전국 권역별 수협 조합장과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장으로 구성된 기구다.

수협은 이날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관과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과 면담을 연이어 갖고 어업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른 FTA와 달리 전면 개방 수준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관세 철폐와 정부 조달, 수산보조금, 금융 등의 모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2020년 기준 CPTPP에는 1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10조7000억달러로 전 세계의 13%를 차지한다. 무역 규모는 5조2000억달러로 전체의 15%에 해당한다.

수산업계는 CPTPP에 가입하면 관세 철폐로 수입 수산물이 늘어 국산 수산물의 소비 침체가 심화하고 면세유 폐지, 정책 자금 지원 제한 등으로 인한 어업의 경영난이 가중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료=수협중앙회)
CPTPP는 과잉어획상태 어족 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보조금을 금지 보조금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과잉 어획상태라는 의미가 구체적이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도 없어 가입국과의 개별 협상 과정에서 수산보조금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산인들은 금지 보조금으로 규정돼 향후 면세유와 정책자금 지원이 제한되면 어업 경영비가 상승해 어업인들이 도산하고 이는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피해도 불가피하다. 수산물 관세 철폐율은 99.4%로 100%에 가깝다. 이는 85.1%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른 자유무역협정(FTA)을 크게 웃도는 개방률이다.

또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과 개별협의를 거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수산인들은 정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대국이 과다한 통상 조건을 제시하고, 우리나라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요청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대만이 CPTPP 가입을 희망하자 대만의 후쿠시마산 농수산식품 수입 허용을 요청했고, 대만은 이를 수용했다.

수산업계는 정부 태도도 문제로 삼고 있다. 대책위는 “산업부와 해수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는 피해 영향 분석을 토대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추진해야 하는데 외교 협상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정보는 비공개이고 절차는 형식적이다”고 지적했다. 농어민 단체가 산업부와 해수부가 주관한 CPTPP 관련 간담회를 보이콧해 온 이유다.

정부 CPTPP 밀실가입 추진 비판

수산업계는 일방적인 CPTPP 가입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국 수산인은 이날 건의문에서 “면세유와 정책 자금 지원 등 수산보조금 지원 제도를 유지해 안정적인 어업경영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CPTPP에 가입하더라도 현재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수산보조금이 CPTPP 규범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이 아님을 명백히 해 현재의 지원이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시장 전면개방보다는 현행 개방 수준을 유지하고, 국산 수산물 민감 품목 설정 등 보호 대책 마련은 물론,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유지로 국민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산인들은 필요한 어업인 보호 대책으로 △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과세 후 면세 대신 비과세 적용 △공익적 기능에 보조하는 수산공익직불제 대상 확대 △수산정책보험 사회보험 성격 강화 등을 제시했다.

수산인들은 또 “수산업의 피해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 대책 등 수산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추진하되, 관련 정보는 이해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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