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결선 전 맞붙은 마크롱·르펜…키워드는 '경제·러시아'

결선투표 나흘 전 마지막 토론…마크롱 10%p 앞서
과감한 재정정책·친서민 르펜, 친기업 대통령 공격
마크롱, 르펜 히잡 착용 금지 공약·친러 성향 지적
"EU 벗어나려는 르펜 당선 시 유로화 약세 예상"
  • 등록 2022-04-21 오후 6:02:18

    수정 2022-04-21 오후 6:02:18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관문인 결선투표를 나흘 앞두고 현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맞붙었다. 투표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연결고리를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려 애썼고,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 재임시기에 프랑스 경제가 파탄났다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좌)와 마린 르펜 대선 후보. (사진=AFP)
르펜, 물가 상승 겨냥 “5년간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나흘 앞두고 진행된 마지막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은 오후 9시부터 TF1·프랑스 2·BFM 방송 등을 통해 2시간50분 동안 생중계됐다.

르펜 후보는 무기로 ‘경제’를 들고 나왔다. 그녀는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5년간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졌고 사회적으로 분열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민의 70%가 5년간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댔다.

그러면서 르펜 후보는 30대 이하 소득세 납부 면제 등 생활비 절감 공약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에너지 부가가치세(VAT) 인하 △급여 인상 목적의 기업 지원금 제공 △다자녀 가구 저금리 대출 제공 등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르펜 후보의 경제 관련 공약은 최근 프랑스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노동시장 유연화와 법인세 추가 감세 등 기업 살리기에 집중돼 있는 반면 르펜 후보는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 3월 프랑스 물가상승률이 4.5%로 198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BBC는 “르펜 후보는 정부가 가스비 등 생활비 급등에 대처하고 있는 사이 각종 감세와 보조금 지급 등 서민 친화정책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론에서 르펜 후보는 은퇴 시기를 현행 62세에서 65세로 높이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제도 수정 계획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 연금 시스템 비용을 줄여보려 이 공약을 내건 것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연금 지급 시기가 미뤄진다는 주장이다. 르펜 후보는 은퇴 연령을 62세로 유지하고 일부는 60세로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FT는 “‘65세에 은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한 일’이라고 강조한 르펜은 마크롱의 가장 인기 없는 공약인 연금 재정 건정성 회복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당신은 푸틴에 의존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무기는 ‘이념’이었다. 자유·평등·박애의 나라에 극우주의자 르펜 후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무슬림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겠다는 르펜 후보의 공약을 문제삼았다. 계몽주의와 보편주의가 태어난 프랑스에서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을 금지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로 전락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르펜 후보는 이에 “종교와 싸우는 것도, 이슬람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남녀평등, 세속주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며 공화국의 근간을 훼손하는 이슬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방어했다.

마크롱 후보는 르펜 후보가 친(親)러시아 성향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유럽연합(EU)과는 거리를 둔 채 러시아와 교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후보는 르펜 후보가 소속된 국민전선이 러시아-체코 연합 은행에서 1020만달러(약 130억원)를 대출받아 지금도 갚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는 “르펜 후보는 크렘린궁에 속박돼 있다. 당신은 러시아와 푸틴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르펜 후보는 프랑스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르펜 후보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강조했지만,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할복을 저지를 순 없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지 않으면 유럽은 피해를 입는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럽의 정치·경제 구조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르펜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녀가 반(反)유럽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서는 지난 2017년과 달리 “EU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서는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주요 기관들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에 10%포인트 안팎 앞서있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르펜 후보는 EU가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기보다는 각 국가가 느슨한 연합체로 존재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EU의 재정통합, 공동부채 발행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르펜이 대통령이 될 경우 유로화 약세 및 유로존 내 주요국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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