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兆 교육비 납부시장 열렸지만..밑지는 장사에 카드업계 '난색'

교육비 납부사업 시중 카드 8개사로부터 외면
낮은 수익성 감수하고 들어가기엔 금융당국 신경
  • 등록 2018-06-25 오후 3:51:48

    수정 2018-06-25 오후 7:10:48

지난 4월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카드사의 부당한 수수료율 차별 책정에 대한 금감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6조원 규모의 교육비 카드 납부 시장이 열렸지만 사업 참가를 희망하는 카드사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사와 교육부가 목표로 하는 수수료 이익이 큰 데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 초중고교와 가맹점 계약을 맺을 시중카드사를 물색했지만 이날까지 선정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카드사를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반응이 시원찮은 이유는 사업구조 탓이다. 교육부는 교육비 수수료를 정액으로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결제 건수당 초교 100원, 중교 130원, 고교 150원이다. 카드사는 밑지는 장사라고 한다. 시장 규모가 크더라도 이렇게 받으면 손해라고 보고 있다. 중소 및 영세자영업자 수준 0.8~1.3%로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애타는 쪽은 교육부다. 수수료율 0%를 고수해오다가 대안으로 정액제를 제안했는데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참가를 희망하는 카드사는 농협카드 정도로 알려졌다. 그나마 조건부다. 농협카드사 관계자는 “정률제와 정액제 모든 사업 형태를 두고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만 단독으로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교육부가 `수수료 무료`로 교육비 수납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순조로웠다. 카드업계 대부분이 사업에 참여하려고 했다. 여기에 금융위가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특정 가맹점주에게 수수료를 안 받으면 다른 가맹점주 차별이라는 것이다. 법제처는 지난 4월 교육부 손을 들어줬다. `교육비 같은 공공재 성격을 띠는 재화는 수수료를 0%로 받아도 된다`고 했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 사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카드사가 수수료 0%는 안 된다고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입장을 뒤집고 정액제 수수료까지 제안했는데 반응마저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농협카드를 포함해 복수 카드사를 사업체로 세우지 못하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업 추진이 헛바퀴를 돌자, 논의는 장외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부상한 게 금융당국과 교육부의 힘겨루기다. `애초 사업에 호의적이던 카드업계가 발을 뺀 이유는 금융당국에서 눈치를 주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 일각의 시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얼마 전 금감원에서 교육비 카드납부 추진 관련 현황을 카드사에 물었다고 한다”며 “이후 사업을 희망한 카드사가 입장을 철회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육부와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할 일”이라며 “금융당국에서 간여한 적 없고 할 일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두 기관 네 탓 공방에 낀 카드업계는 난처하다. 교육비 사업납부 연기가 지속하면 성난 학부모의 화살이 카드 업계를 향할 수도 있다. 시중 카드 관계자는 “적자 사업구조 틀 안에서 누가 먼저 접수해야 하는지 눈치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카드사 수익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시각이 이해는 가지만 “고양이 쥐 생각”이라는 반응도 있다. 일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시는 이런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비(학부모 부담금 등) 시장은 2016년 기준 5조9850억원이다. 카드사는 6조원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기준 전국 초중고교 1만11526곳 소속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각각 고객으로 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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