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식약처가 이번에 분석한 VOCs는 전체 84종 중 10종 뿐이다. 식약처는 생식독성이나 유해성이 큰 물질 순서로 10개를 추렸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74종의 안전성이 완벽히 밝혀진 게 아니어서 미완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올해 말까지 나머지 74종의 VOCs에 대해 전수조사 및 위해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고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내년 5월까지 검사를 끝낼 예정이다.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력해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역학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날 “생리대 유해성분 논란으로 불안을 끼쳐 죄송하다”며 “모든 성분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해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일단 위해성이 높은 성분부터 평가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멀게는 가습기 살균제부터 가까이는 살충제 검출 계란과 이번 생리대 VOCs까지 각종 유해화학물질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에 ‘케미포비아(생활화학제품 공포증)’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소비자 불안감을 초기에 불식시켜야할 식약처는 제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도 할 말은 있다. 전체 인력이 18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 수백만 종의 화학물을 비롯 식품,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화장품 안전성을 검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한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생리대 안전성 검증에 투입된 인력이 6명 뿐일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내년부터는 일회용 위생용품의 안전까지 식약처가 맡는다. 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45명 충원을 요청했지만 11명만 증원됐다”며 “일단 급한 대로 현재 업무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 1회용품 관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미포비아(Chemophobia)
생활화학 제품 사용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증상. 화학(Chemical)과 혐오(Phobia)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