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1일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개혁의 새물결에 헌신하느냐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의 지점에 깊은 고민이 있다. 대통합과 새물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묶어낼 방향은 없는지 지혜를 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자신의 거취를 깊게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 다음날 박 의원은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최명길 예비후보의 북 콘서트에 참석해 “당을 수습할 시간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 정도 있다고 본다”며 거취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이어 “설날을 앞두고 있다. 설날에 형성된 여론이 총선의 최대 분수령이다. 제1야당으로서 국민에게 혁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주장했다.
탈당쪽으로 잡힌 기류가 지난 14일 김 위원장이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반전됐다. 입당 전에 탈당을 만류했다는 김 위원장은 17일에도 박 의원을 따로 만나 “탈당은 절대 안된다”며 당 잔류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광주 등 호남 분들 섭섭하게 하면 내가 (선대위에) 간들 소용이 없다”며 “호남민심을 돌릴 수 없으면 선대위에 들어가도 소용이 없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호남민심 악화 제공자로 꼽혔던 문 대표가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사퇴를 공식화했다. 문 대표는 오는 2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을 갖고 있는 선대위에 선거와 당무결정 권한을 넘기는 의결을 한 뒤 최고위원들과 사퇴할 계획이다. 문 대표 사퇴까지 현실화되자, 박 의원은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영입에 공을 들였던 국민의당은 입당이 물건너가자 의미를 평가절하는 분위기다. 같이 거취를 결정하기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리가 박 의원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없고 박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한다고 해서 당 지지도가 올라가는 등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언론에서 만든 이벤트이지, 대세에 지장이 없다”며 “원래부터 박 의원이 쉽게 탈당을 결행할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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