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영은·이영민 수습기자] 민주노총이 31일 도심 대규모 집회 후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노조원들이 분신 사망한 고(故) 양회동 노동자의 분향소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 기습 설치하자, 경찰이 철거를 위해 제압하면서 노조원 일부가 다치고 경찰에 연행됐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 양회동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 경찰과 충돌했다.(사진=김영은·이영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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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2만여명의 조합원(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총력투쟁 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정부에 △노조탄압 중단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1만 2000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청 앞과 고용노동청, 대통령실 인근, 서울대병원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연 후 세종대로 일대로 모였다. 이날 ‘열사 정신 계승’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의 손 피켓을 든 노조원들은 숭례문부터 동화면세점 앞까지 세종대로 5개 차로를 가득 채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정권은 우리를 불법, 비리, 폭력, 간첩으로 낙인찍고 탄압했고 이제는 투쟁할 권리마저 빼앗겠다고 발악한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노조법 개정 등을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 윤석열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일 퇴근시간대를 앞둔 대규모 도심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도 따랐다. 특히 집회 인근에 있던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난 “ 다리가 아파서 통증 주사를 맞았는데 버스가 돌아가니까 이렇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선 오후 내내 교통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시준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10㎞로 서울시 평균(시속 19~20㎞)을 밑돌았다. 집회가 열린 세종대로 일대를 지나는 차들은 시속 5~7㎞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공식적인 집회는 한차례 경찰의 해산 방송만 있은 뒤 오후5시 20분께 별탈 없이 끝났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 건설노조 조합원 등 600여명(경찰 추산)이 청계천 인근 도로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면서 결국 노조와 경찰이 충돌했다. 건설노조가 양회동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은 “도로에 무단 천막설치는 불법행위”라며 무력으로 철거에 들어갔다. 이어 분향소를 지키려는 노조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조합원 일부가 “캡사이신 분사될 수 있으니 여성 등은 비켜나라”고 외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빚어졌다.
경찰은 결국 분향소를 철거했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원 3명(오후 7시 30분 기준)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노조원 4명도 연행했다.
한편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에 나선 건 지난 16~17일 1박2일 건설노조의 노숙집회 이후 2주 만이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 대응키 위해 경찰부대(4800여 명) 80여개를 배치하고 세종대로 5개 차로를 통제했다. 불법행위가 있을 시엔 캡사이신 분사 등 강경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 등은 3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력투쟁 대회를 열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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