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청장은 10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작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한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흉기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라며 “한 가족의 삶을 파멸시키는 악성 사기범죄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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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윤 청장은 이날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임명장을 받은 후 동작구 현충원을 참배하고 바로 강남경찰서와 수서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민생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 경찰관을 격려했다. 역대 경찰청장 대부분이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임식을 행한 것과 달리 이를 생략하고 곧장 ‘현장 행보’를 택한 것.
윤 청장은 취임 전부터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논란으로 곤혹을 겪었다. 이를 반대해 열린 전국경찰서장(총경)회의 주도자인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처 후 자진사퇴 요구를 받는 등 내부 반발이 컸던 터라, 일선을 다독이기 위해 몸 낮춘 행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이날 현장 경찰관과 만난 자리에서 ‘마약경보’를 발령하는 등 치안에 힘쓰는 경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미 우리 생활 주변까지 침투한 마약 등 중독성 범죄에 예방적 치안 활동으로 민생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다. 윤 청장은 “강남권 유흥업소 일대의 마약실태에 많은 국민이 우려를 보내고 있다”며 “강남 일대를 필두로 전국 유흥가 밀집지역에 강력한 마약 단속과 수사를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치지구대에도 방문해 “민생치안과 교통안전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경 수사관 조정 이후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의 고충을 들은 윤 청장은 행정지원 전담 인력을 이른 시일에 충원하고, 수사관에 대한 인센티브 등 사기진작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공안직 기본급 인상 △순경 공채 출신의 고위직 진출 기회 확대 △복수직급제 도입 △수련원·경찰병원 등 경찰관 복지시설 확충 등 현장직원들이 실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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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찰국 신설의 후폭풍 수습이 최우선이다. 당장은 윤 청장이 직무대행 시절 직접 지시한 총경회의 감찰 결과가 주목된다. 류삼영 총경은 오는 12일 오후 2시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충북 청주 출신인 윤 청장은 경찰대(7기)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위로 임용됐으며, 청주흥덕경찰서장 등 일선 현장과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경비국장, 차장 등을 지냈다. 작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치안정감에 오르고, 이번에 치안총감(경찰청장)에 최종 임명되면서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웠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은 오는 11일 공식 취임 후 첫 번째 전국경찰 화상회의를 개최, 경찰청장으로서의 포부와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