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 강력 규탄…즉각 제재 나선 미국·22일 추가 예고

"러 평화유지군 주장은 넌센스…누군지 다 알아"
"러, 미 예측 그대로…추가 침공 구실 만들려 해"
바이든, 돈바스 투자 및 금융거래 금지 행정명령 서명
미·영·EU 등 서방 일제히 22일 제재 발표 예고
국제결제 퇴출·수출통제 등 ‘초강력’ 제재는 아직
  • 등록 2022-02-22 오후 5:01:27

    수정 2022-02-22 오후 9:05:5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한 것과 관련,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이를 강력 규탄하며 첫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사진=AFP)


서방, 유엔 안보리서 러 강력 규탄 ‘한목소리’

이날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그 지역(DPR·LPR)에 진입하려는 러시아군이 평화유지군이라고 하는 푸틴의 주장은 ‘넌센스’”라며 “우리는 그들이 진정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을 위협하는 러시아의 명백한 공격엔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푸틴의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공의 구실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정확하게 미국이 예측한 대로 움직였다. 오늘 푸틴은 민스크 협정을 갈기갈기 찢었다”고 강조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러시아가 우리(서방)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존을 수호하는 데 있어 러시아가 즉각 긴장을 완화하도록 단결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행동에는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제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보리 회의에 초청받은 세르게이 끼슬리쨔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는 8년간 전쟁과 혼란을 부추긴 바이러스”라며 “유엔 전체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병들었다”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유지군 투입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열려 있다. 돈바스에서 새로운 피바다(bloodbath)를 허용하는 건 우리의 의도가 아니다”라며 침공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LPR·DPR에 대한 포격을 멈춰야 한다”면서 오히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자제하고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하고 응원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그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바이든, 돈바스 거래금지 행정명령…서방, 일제히 제재 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날 러시아를 겨냥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DPR·LPR 독립 승인 직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정부는 22일 추가 제재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도 일제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국제적 약속을 위반하고 명백하게 우크라이나 주권을 공격했다”면서 유럽 차원의 제재 단행을 촉구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내일 우리는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및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존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공동성명을 내고 “EU는 러시아의 불법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폰 데어 라이엔 전날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고 EU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국제결제 퇴출·수출통제 등 ‘초강력’ 제재는 아직

다만 서방이 22일 발표하는 제재는 푸틴 대통령의 LPR·DPR 독립 승인에 국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발표하는)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에 대비해 동맹들과 준비하고 있는 가혹한 경제 제재와는 별개다”라며 추가 침공시 더욱 강력한 제제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스마트폰·항공기·가전·통신장비·자동차 주요 부품 및 반도체 등 광범위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강력한 수출통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제재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의 달러결제를 막아 수출입 거래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속내다.

특히 러시아가 추가 침공을 단행할 경우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 제재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서방 국가들이 22일 내놓을 제재 수위를 놓고 조율중이지만 얼마나 혹독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를 옥죄려면 당초 공개했던 대로 국제 금융시장 퇴출 및 수출 통제 등 초강력 제재를 강행해야 하는데, 이보다 약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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