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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주요 게임 기업들의 연봉 인상 레이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넥슨이 먼저 공을 던졌고 △넷마블(251270)이 받았다. 곧이어 △컴투스(078340) △게임빌(063080)이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크래프톤 △조이시티(067000) △베스파(299910)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095660) △엔씨소프트(036570) 등이 줄줄이 연봉 인상 소식을 알렸다.
게임업계 전반이 연봉을 인상한 것은 인재 수급 때문이다. 업계가 이미 위기에 직면해있다. 중국 때문이다. 이제 중국 기업과 단순 개발력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에 1년 걸릴 게임이 중국에선 3개월 만에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게임 장르가 활성화된 가운데 개발자 수급도 비교적 원활하고 분업화도 잘돼 있다. 예전엔 ‘중국 게임은 공장에서 찍어내고 조립한다’고 낮잡아 봤지만, 지금은 이렇게 만드는 중국 게임도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일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 국내 업계는 양적인 팽창과 공장식 개발 경쟁에선 승산이 없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 질적인 경쟁의 시기로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주 52시간 업무가 안착하면서 그동안 만연했던 밤샘 개발이 사라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미 질적 개발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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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모바일게임에 개발진 100명이 투입되면 블록버스터급 대작으로 본다.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흥행작 넥슨 ‘브이포(V4)’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도 100여명의 개발진이 투입돼 있다. 대형 PC온라인게임으로 넓혀봐도 200명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게임강국 코리아 간판은 사실상 중국에 뺏긴 지 오래다. 컴투스 ‘서머너즈워’, 크래프톤 펍지 ‘배틀그라운드’ 외엔 국내 기업에서 세계적인 흥행작이 나온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넥슨(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엔씨 리니지 시리즈 등 국내 최고 브랜드 게임도 따지고 보면 흥행 지역이 중화권으로 한정돼 있거나 내수 시장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게임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PC에서 모바일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성공적인 적응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흥행 바통을 이어갈 차기작이 끊기면서 위기론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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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은 확률형 뽑기 아이템 매출이 90% 이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얘기가 나오면 업계가 적극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품 판매 방식의 콘솔 패키지가 자리 잡은 서구권은 게임 내 확률형 유료 아이템이 익숙지 않은 시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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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게임과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나오기 위해선 ‘젊은 피’와 함께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에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11일 연봉 인상안을 발표한 엔씨의 경우 신입 초봉의 상한선을 없애 인재 수급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뛰어난 신입 인재라면 경력 수준의 연봉을 주고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몇 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선 “중국에선 칭화대, 베이징대 수재들이 게임과 인터넷 업계로 몰리지만, 국내는 업계 이미지도 좋지 않고 인재 수급이 쉽지 않다”고 자조적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년 뒤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올해를 계기로 업계 내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개발직의 경우 크래프톤은 초봉 6000만원을 맞췄고 엔씨소프트는 최소 5500만원을 제시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이번에 의미를 둘 부분은 비개발직 연봉도 대폭 올랐다는 점이다. 개발이 아닌 지원부서 인력들은 그동안 성과분배 측면에서 뒷전이었으나, 업계가 연봉 테이블 재설계와 복지 보상안을 대거 손질하면서 프로젝트 성공 시 같이 조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개념 수익모델(BM) 기획 등을 위해선 비개발직 인재도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