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국제백신학회 위원장 “백신 확보 절망적 상황 아냐…이제라도 총력전 펼쳐야”

방역당국 의지 있었어도 예산 확보는 또다른 문제
국제 사회서 R&D, 생산능력 인정받고 있어
중간 대응 늦었지만 향후 협상 불리하진 않아
  • 등록 2020-12-24 오후 6:53:56

    수정 2020-12-24 오후 6:53:56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조금 늦긴했지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 백신 (연구개발이나 생산능력의)위상이 인정받는 수준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빠른 시간 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행 국제백신학회 조직위원장. (사진=국제백신학회)
이준행 국제백신학회 조직위원장(전남대 교수)은 2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확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면서 향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어떤 백신이 가장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있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 의약품청(EMA) 허가를 받고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지금 상황에서 안전성은 어느 정도 담보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회사들에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대신 통계전문가를 붙여 임상진행 과정, 부작용 발생 현황 등 모든 상황을 공유하게 했다”면서 “성공할만한 백신을 골라내고 접종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안면마비, 오한, 뼈마디 쑤심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접종을 중단할 만큼 유의미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피로, 두통, 근육통은 며칠 이내 사라졌고 안면마비의 경우에는 코로나19 백신이 안면마비를 유발했다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부작용에 대해 침소봉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능성이 보이는 백신에 미리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당시 방역당국의 실무진들이 소신을 가지고 결정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역당국이 제안을 해도 다른 부처에서 예산을 내줘야 하는데 가능성만을 보고 공격적으로 큰 돈을 쓸 의향이 있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걷잡을 수 없이 유행하자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2500만 회분을 확보했다. 상황이 안정돼 백신은 700만회분이 남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방역당국은 국회로부터 ‘수요 예측 실패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교수는 방역당국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 백신 산업계에서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녹십자와 같은 회사들이 역량을 인정받아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해외 재단으로부터 백신 개발 후원도 받고 있으며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 관료들이 백신 확보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들을 잘 활용하면 향후 백신 회사들과의 협상에서 홀대를 받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문제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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