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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천안=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남도 천안과 아산, 세종 등지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연결고리는 줌바댄스다. 줌바는 지난 1998년 남미에서 태동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좁은 공간에서 격한 운동을 하는 특성상 코로나19 등 호흡기질환을 동시 다발적으로 전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세종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충청권 지역별 누적확진자는 대전 18명, 세종 8명, 충남 102명 등 1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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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충남 천안·아산과 세종 확진자 중 90% 이상이 줌바와 연결돼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충남 천안과 아산에서 대규모 확산하기 열흘 전인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한 댄스학원에서 열린 전국 줌바 강사 워크숍이 바로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 워크숍에는 전국 각지에서 29명의 줌바 강사들이 모였고 대구에서도 모두 4명의 강사가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중 대구에서 온 강사 1명이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9명 중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워크숍이 열린 열흘 뒤부터 천안·아산에서 줌바 강사와 수강생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천안·아산 줌바 강사 4명이 워크숍에 참석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늑장 대처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줌바 강사들의 의도적인 동선 감추기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천안과 아산 일대에서 줌바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연이어 나오는데도 워크숍 당시 대구 강사 접촉사실을 그 누구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대구·경북에서 신천지예수교를 매개로 한 확진자가 하루 수백명씩 발생, 대구·경북과의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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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과 아산을 넘어 세종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중 당시 워크숍을 주선했던 강사가 코로나19 검사를 자청하면서 대구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이 강사는 지난 2일 충남도에 “동료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감염돼 나도 검사를 받고 싶다”며 그제야 워크숍 사실을 털어놨다.
여기에 충남도와 천안시 등 당국의 허술한 방역관리도 사태를 확산시킨 요인이다. 첫 감염경로로 추정되는 지난달 15일 천안에서 열린 줌바 강사 워크숍에 참석한 강사 1명이 검사를 거절당한 후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가 하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확보하고도 뒤늦게 전수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참석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강사는 지난달 29일 천안의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거절당했지만 이 강사는 닷새 뒤인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지난달 28일 워크숍 참석자 명단을 확인하고도 4일 뒤에야 뒤늦게 검사를 받을 것을 줌바 강사들에게 통보하는 등 차단 방역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손꼽힌다.
세종시도 충남도의 이 같은 방역행정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날 세종시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줌바 강사 워크숍에 참석한 세종지역 강사가 있다는 사실을 충남도로부터 통보받은 것이 지난 5일”이라며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충남도도 정보 파악이 늦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대부분 무증상자들로 검사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면서 “천안의 줌바 워크숍 장소는 감염자들의 이동 경로상에 없었기 때문에 방역 등을 놓쳤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