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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고스(Ken Gause)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북 실무협상 책임자를 기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 소속 인사로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미국의 실무 협상상대로서 적격”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북한은 지난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협상 라인에서 배제했다.
김 부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발 협상팀에서 빼달라”고 할 정도로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북한 특별대표로 최근 마지막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김 전 특별대표는 신변이상설이 제기되는 등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는 통일전선부 라인을 배제하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외무성 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팀을 꾸렸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북한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동 당시 미국 측에 새로운 실무협상 대표 명단을 통보했다.
김 전 대사는 최근 국무위원급으로 승격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지휘 아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스 국장은 “최 제1부상의 직급은 비건 대표보다 높기 때문에 협상상대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최 제1부상은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전반적인 대미 외교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문점 회담 당시 현장에 있지 않고 몽골로 향한 것이 그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이 결렬되고 이란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강경론을 주장하는 볼턴 보좌관과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충돌한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차후 실무협상에서도 미국 측 협상팀을 이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요구했던 동시적·단계적 행동 원칙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이지만 한 번에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로 핵 동결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전 대북 제재 완화는 흥미가 없다”면서도 미국이 북한에 건넬 수 있는 반대급부로 △인도적 지원 △인적교류 확대 △상대국 수도에 대표부 설치 등 3가지를 언급했다. 북한의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는 물적·인적 지원에 대해서 열어두고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두고 워싱턴에는 북한 연락사무소를 두는 등 외교적 활동도 이어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미국의 안에 대해 북한이 물러설지는 미지수다. 유엔 주제 북한 대표는 이날 미국이 유엔 회원국에게 북한 근로자를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에 “적대행위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볼턴 카드는 언제든지 유효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