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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들어 국내외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조정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해외 증시보다 덜 오르면서 29일까지만 해도 2600선을 돌파, 수익률 격차를 줄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글로벌 증시 썰물에 휩쓸려가고 있다. 단기 조정 장세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그동안 유동성 장세에 취해있던 만큼 금리 상승이 증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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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자산 선호 약화..공포지수 5개월래 최고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의 50대 1 액면분할이라는 역사적 결정에도 전 거래일보다 0.05%(1.28포인트) 하락한 2566.46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틀간 7800억원 가량 주식을 내다팔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만큼 국채금리 급등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졌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빅스 지수(VIX, 변동성지수)는 최근 14.79포인트까지 오르면서 작년 8월 중순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 역시 소폭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1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부터 금리가 더 올라가면 주식시장이 불리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10년물 국채 금리에 `3자`가 붙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정말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년간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금리 적응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금리 상승 속도가 조절되더라도 증시에 계속해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하락하는 임계점은 미국 10년물 금리 3%가 될 때라고 분석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가 좋아진 것 중 하나가 민간 신용 사이클이 확장된 측면이 있는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신용사이클이 위축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속도가 이같이 유지되면 경계심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때마다 주가 폭락이 이어졌던 경험도 있다. 1994년 2월 3.0%였던 기준금리가 1년간 3%포인트 가량 올랐고 2004년 6월부터 2년간 4.25%포인트 상승했는데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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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증시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조정을 받은 것 뿐”이라며 “금리 급등이 차익실현의 빌미가 됐으나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조정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근원 물가와 실질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낮아 연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약하단 지적도 나온다. 홍춘욱 팀장은 “국제유가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임금이 안 올라 근원물가(석유제품, 농산물 제외)는 안 오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더 오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1.8%로 1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목표치(2.0%)에는 미달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실질임금 상승률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국채금리 급등에도 달러화 약세는 지속되고 있다. 달러인덱스 지수는 90이하로 3년 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홍 팀장은 “채권 시장은 현재 쏠림이 있어보이는데 외환시장은 채권보다는 다양한 참여자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중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