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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조기 대선의 여파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없이 출범했던 문재인정부 초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위태로운 한미동맹을 공고화하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도 매듭을 어느 정도 지었다. 더구나 지난해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역시 봄바람이 불면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더욱 가벼워졌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 비전으로 “나라와 정부가 국민의 울타리가 되고 우산이 되겠다”며 삶의 질 개선을 강조했다.
文대통령 신년사, “이게 삶이냐”는 질문에 “이게 삶이다” 답변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경제정책을 두루 언급했다.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언급하며 경제문제해결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의 경우 적폐청산 작업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외교안보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새해 들어 다소 상황이 나아졌다. 특히 성장률, 수출 등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다. 이제 경제분야로도 시선을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게 삶이냐”는 국민들의 질문에 “이게 좋아진 삶이다”라는 답변을 내놓겠다는 의지다.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오는 6월 지방선거 압승은 물론 집권 중반 이후에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 文대통령 자신감 보여준 신년 기자회견
신년 기자회견은 이날의 백미였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선택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의 내용보다는 형식이 오히려 더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질문도 피해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내외신 출입기자들로부터 총 17개의 질문을 받았다. 예정됐던 △정치·외교·안보 △경제·민생 △평창 동계올림픽을 포함한 사회·문화 분야에 이어 추가 질문까지 받는 여유도 보였다. 이는 역대 정부 청와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이었다. 대내외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앞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밖에 신년사에서 취임 첫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었던 한반도 위기 상황 대처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저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제 임기 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야 정치권에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에 부정적인 야당을 겨냥해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시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공약 실천을 압박했다. 아울러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며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