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까지 풀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애초 이번 회의는 지난달 17일 열리기로 했다가 ‘규제개혁 성과가 미흡하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열리게 됐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건축과 인터넷, 농업 분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굵직한 규제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며 “오늘 논의된 사항들이 조기에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규제정보 포털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그린벨트도 푼다”..내수활성화 의지 재확인
이번 회의에서는 개발제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그린벨트 내 캠핑장과 야구장·테니스장 등 생활체육시설 설치를 허용하고 도서관 등에 공연장과 어린이집, 푸드코트도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손질키로 했다. 캠핑, 스포츠 등 여가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린벨트 내 주민생활 개선과 소득 향상 등 파생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병윤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재원 부족으로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시설 정비와 건축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묵은 덩어리 규제를 풀어 도시 활력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녹지·관리지역 내 공장시설 증설도 가능해진다. 녹지·관리지역 지정 이전에 운영 중이던 기존 공장에 대해 기존부지에서의 건폐율을 2년간 20%에서 40%까지 완화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4000여 개의 공장증설과 70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도시기반시설 융복합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공익적 혜택 등을 관리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철한 경실련 팀장은 “그린벨트 내 민간 캠핑장 허용은 난개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주변 땅값 상승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규제건수 줄이기에만 급급..규제에 대한 마인드 변화 필요”
이번 규제개혁장관회의가 한 차례 연기된 이후 준비시간이 촉박한 탓인지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건수에 집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1차 규제장관회의 때 현장에서 건의된 과제 52건 가운데 48건에 대해 ‘수용’을 결정했고, 이 가운데 31건은 관련법령 개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방학 중 학교시설을 이용한 어학캠프 허용, 외국인 근로자 고용변동신고 일원화, 뷔페 영업규제 완화 등이다. 애초 정부는 전체 52건 가운데 41건만 즉각 수용하기로 하고 7건은 ‘추후 검토’를, 나머지 4건은 ‘대안 마련’을 결정했지만, 이후 7건을 더 수용한 셈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건수만을 줄이기보다 규제개혁에 대한 정부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며 “명시적인 규제 말고 사회 곳곳에 깔린 암묵적 규제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내놓은 것은 경제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같이 살펴보고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에 쫓긴 완화보다 규제 자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회 파행’ 규제개선 대책 곧바로 시행될지 미지수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곧바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보고된 정부의 규제개혁 방안은 대부분 법령 개정이 뒤따라야 하는 과제다.
현재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기존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상황에서 규제개혁 관련 법안이 제때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교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정치권을 볼 때 정부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