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의 지난했던 참정권 투쟁이 일단락을 맺었다. 1심에서 기각됐던 그림투표 보장 청구소송이 2심에서 예상과 달리 일부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고 직후 서로에게 “믿을 수 없다” “너무 기쁘다”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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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진행한 한국피플퍼스트와 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장추련) 등 발달장애인 단체들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이들은 차별구제청구소송의 2심 판결이 1심과 같이 기각될 것을 예상해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소송에 참여한 김진영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행정부는 입법부의 결단이라고, 입법부는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미루는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들어주지 않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면서 “그럼에도 법원은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지 않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앞서 이들의 청구소송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시기에 맞춰 2022년 1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발달장애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후보자들의 그림 선거공보물, 후보자의 사진 등이 포함된 그림 투표용지 비치 등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8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제46민사부)은 “청구에 해당하는 내용이 공직선거법에 없기 때문에 법을 먼저 바꾸어야 하므로 소송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관문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이행 여부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탕으로 그림투표 보조용구를 제작·배포할 주체는 선관위이기 때문이다. 김승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관위가 불복해서 대법원에 상고하면 또다시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선관위가 판결을 따라 잘 이행해 주리라 믿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