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성과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리 기업이 이란 정부를 상대로 총 456억달러(52조원) 규모, 30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일괄 수주(EPC) 가계약’ 또는 양해각서(MOU)를 맺어 ‘이란발(發) 제2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점과 이란 정상에게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며 대북압박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다만 양측이 체결한 EPC 가계약, MOU 등이 최종 본계약으로 이어지려면 대규모 금융조달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하다는 점에서 축배를 들긴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양국 고위급 간 조속한 ‘경제협력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깊이 있고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주 잭팟’ 이어 ‘1:1 상담회’도 대박
일단 첫 스타트가 좋았던 만큼 향후 우리나라의 ‘제2 중동 붐’의 중심축이 이란으로 급속히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란이 포스트 오일시대에 대비해 2020년까지 ‘제6차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다변화를 꾀하는 있는 만큼 우리의 강점인 서비스, 문화 등 사회·경제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확보에서도 성과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란이 3억 인구의 카스피해 국가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중심국 역할을 하는 있어 수주 여파가 긍정 파급될 여지도 충분하다.
권력 1·2위 만나..전방위 ‘대북압박’
이란의 권력서열 1, 2위를 잇달아 만난 ‘전방위적 대북압박’ 행보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란의 ‘벨라야트 이 파키르’(최고지도자)이자 가장 높은 성직자를 의미하는 ‘아야톨라’ 지위의 알리 하메네이의 입에서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면담 자체만으로도 대북(對北)압박 효과는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일각에선 하메네이가 권력서열 2위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핵개발도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을 표하며 사실상 우리와 ‘대북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란 측 참모들도 로하니 대통령의 언급이 너무 강해 내심 놀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도 “북한이 받는 효과는 충격은 상당할 것”(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중동 4개국 순방 때 착용하지 않았던 이란식 히잡인 루싸리를 두르면서까지 이들의 만남에 공을 들여왔던 이유다. 김 수석은 “양국 최고위층 간 유대 형성뿐 아니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이란 내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