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해서요, 이 약 뭐에요?”…물은 퀵 기사, 돌아온 답변은

‘약 봉투 배달’ 의뢰에 약국 향한 퀵 기사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처방 필요한 약품
배송 업체 측은 “돌려주든지, 배송해라” 대처
  • 등록 2023-02-22 오후 6:54:28

    수정 2023-02-22 오후 6:54:28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퀵서비스 배송기사가 졸지에 마약 운반책이 될 뻔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그러나 업체 측은 이를 알린 기사에 “돌려주든지 배송하라”며 안일한 대처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SBS 캡처)
지난 2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 배송 플랫폼에서 배달 일을 하는 40대 남성 A씨는 야외 공영주차장에서 받은 약 봉투를 전달하게 됐다.

하지만 물건을 건네받은 A씨는 퀵 배송임에도 기사가 내용물을 보지 못하도록 포장을 하지 않고, 약국 이름도 없이 접힌 봉투가 집이 아닌 우편함에 배송된다는 점에 이상함을 느끼게 됐다.

약 봉투를 열어본 A씨는 아무런 글자도 없는 반투명한 캡슐 알약이 봉투에 수십 개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용물 확인을 위해 약국을 찾았다.

약국에서 확인한 결과 캡슐의 정체는 ‘산도스 졸피뎀’이었다. 통상 수면제로 쓰이지만 의존성 등의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다.

A씨는 약사에게 “저도 처방 못 해주는 거다. 유통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처 방법을 문의한 뒤 경찰서를 찾았다. 졸지에 마약류 운반책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약을 압수한 경찰은 배송을 의뢰한 20대 남성과 구매 시도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와중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A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송 물품에 수상함을 느끼고 곧바로 회사 측에 알렸으나 돌아온 답은 ‘돌려주거나 배송하라’ 였다고 밝혔다.

A씨는 “배송하기 어려울 거 같으면 전화를 해서 돌려주라더라. 못 갖다 준다고 하니까 배송을 하라고 했다”면서 “불법적인 약인데 돌려준다고 하면 (나를) 해코지 하면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를 신청하면 배달 기사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어플에 노출된다.

그는 “경찰서를 찾은 뒤 경찰이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야 배송 취소와 기록 삭제 조치가 취해졌다”면서 “나도 모르게 범죄 운반책이 될 수도 있는거고, 유통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불법 의약품에 대해선 의사 처방전 여부 확인과 수사기관 신고 등의 절차를 담은 내부 운영 가이드가 있었는데,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다시 내부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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