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최근 10대 남자 아동·청소년 70여명을 협박해 7000여개에 달하는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범죄가 드러나는 등 온라인 아동 성착취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성별(젠더) 통념 탓에 남성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가 여성과 비교해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성별을 불문하고 피해자 중심의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4일 비대면으로 개최한 ‘남아 대상 성착취 글로벌 이니셔티브 대한민국 연구보고서’ 발표를 통해 “성착취를 당한 남성 아동·청소년들이 잘못된 젠더 통념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4~5월 성착취 피해 아동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자 56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아 피해자는 스스로 피해자로 정의하는 것조차 꺼린다’고 답한 이들이 38%를 차지했다. 설문 응답자 중 27%는 ‘도움을 구하는 일은 약한 것으로 생각한다’ 등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성착취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착취 피해를 입어도 남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 탓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4%는 ‘피해자가 느끼는 오명·수치심이 지원 서비스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성착취를 당한 남아들 중 10명 중의 4명은 11~15세(44%)에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으며, 16~17세(35%)가 그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착취 가해자는 남성이 83%였으며, 여성은 17% 비중을 보였다. 가해자의 국적은 86%가 한국인이었고 14%는 외국인이었다. 가해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대부분 권력관계에서 발생했는데 교사나 종교적 인물 등이 57%, 부모나 양부모 등이 23%를 차지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폭력은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데 권력관계에 취약한 남성들도 범죄자의 타깃(대상)이 될 수 있고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은 더욱 취약할 수 있다”며 “사회 통념상 ‘남성다움’을 강요받고, 어떤 형식이든 성적인 접촉을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에 잡혀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피해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착취 피해를 본 남성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면접조사 결과 성별 구분 없이 피해자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지원 서비스를 찾는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생존자 A군은 “사람들이 남자는 피해자로 보지 않아서 도움을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B군은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채고 부모나 선생님 등이 도와주길 바랬다”고 했다.
또 법률적으로만 보면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보호를 제공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지원하는 상담사 등 실무자들도 아동 성착취 문제에서 여아만큼 남아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여겼으며, 남아는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착취 피해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해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성범죄 피해는 여성으로 한정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아동 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 회복 지원에서 성별구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모든 피해자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아 대상 성착취 글로벌 이니셔티브 대한민국 연구보고서 이미지(사진=탁틴내일 온라인 줌 웨비나 갈무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