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트이네"…복지관·경로당 재개관에 어르신들 '웃음꽃'

소규모 프로그램·무료급식 운영에 노인들 화색
"집에만 있었다"…다시 닫을까 우려도
전문가 "방역수칙 지키며 유연 운영 필요"
  • 등록 2020-10-19 오후 4:32:27

    수정 2020-10-19 오후 9:50:49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형님, 보고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다가 다시 문을 연 노인복지관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한 채 답답한 생활을 보냈다며 다시 밖으로 나오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 공공일자리 대상자들이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복지관 노인일자리·무료급식 재개관에 노인들 ‘웃음꽃’

19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는 오전부터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한 노인은 “그동안 친구들 얼굴을 보려고 복지관 앞에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며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해당 복지관은 광복절 연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두 달여간 운영을 중단했다가 이날부터 문을 열고 노인 대상 무료급식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100명이 넘는 노인들이 급식을 먹기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40여명씩 세 타임에 걸쳐 거리두기를 하고 식사가 진행됐다.

복지관 개관으로 다시 무료급식을 먹으러 왔다는 이모씨는 “오래도 갇혀 있었다”며 “그래도 올해 겨울까지 아예 복지관에 못 올 줄 알았는데 열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20여명의 노인들이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기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2015년부터 복지관에서 공공일자리 근무를 했다는 김현근(80)씨는 “코로나가 한창 심각했던 3월부터 4개월 이상 일을 못하고 쉬었다”며 “복지관을 다니면 운동도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 나오는 게 즐거웠는데 코로나 때문에 나오지 못해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들 80살이 넘는 노인들이니 경비일 같은 다른 일도 못하고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운영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인복지관에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먹고 있다. 해당 복지관은 코로나19로 휴관했다가 이날부터 무료급식 운영을 재개했다. (사진=공지유 기자)
‘다시 닫을까’ 걱정도…전문가 “비대면·야외활동 등 대안 필요”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며 서울시는 경로당·복지관을 이날부터 일부 재개관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일부는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본 뒤 운영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노인들은 시설 운영 중단으로 취미생활 등을 한동안 즐기지 못했다며 다시 닫을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순임(91)씨는 “2월 이후 갈 곳이 없어 시장 구경만 했다”며 “공원도 앉지도 못하게 막혀 있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모르는 게 있어도 물어볼 선생님이 없어서 집에만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미술도 배우고 수업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복지관을 천국이라고 불렀다”며 “학생들도 다 등교하던데, 우리도 (다른 수업들도) 풀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 사이 방역수칙 지도가 잘 안 될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복지관 프로그램 인원을 기존보다 3분의 1 정도 줄이고 어르신들이 나오는 횟수에도 제한을 두는 등 밀도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실내 밀폐공간에서 모이는 걸 줄이고 야외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65세에서 70대 중반을 대상으로는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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