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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 22일 정씨를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당시 대화 녹취에서 정씨는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당시 정씨는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을 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 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 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요.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으려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여신도들을 회유해 그 옆에 계속 붙여둔 것이다. 피해자에게 ‘네 잘못’을 운운한 대목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시도한 것으로도 읽힌다.
또 그는 정씨를 비롯한 조력자들도 정명석의 공범이라고 분노했다. 에이미씨는 “심지어 지금까지도 조력자들은 제가 망상에 빠져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범행 현장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정씨는 자신이 담당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님의흰돌교회에서 12일 진행한 예배 모습이 담긴 영상을 통해 정명석의 범행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정씨는 “전 1998년 말 전도가 되었는데 (정명석의 범행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다”며 “(당시) 17세, 이성적으로 아무것도 몰랐다. 알았어도 몰랐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3년 6개월을 선생님(정명석)께 눈물로 호소했다”며 “여자들이 선생님 옆 3m 반경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건 절대 뜻이 아니고, 뜻이 될 수 없다고 때로는 너무 괴로워서 소리도 질러 봤다. 별의별 말을 다 하며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아봤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JMS 내부에서 정명석의 후계자로 지목돼 ‘천만인의 어미’ ‘성령의 분체’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정명석이 구속된 현재 실질적인 JMS 리더인 셈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는 ‘J언니’로 언급된 바 있다.
정명석은 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도 또다시 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한편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나상훈)가 심리하는 정명석의 준강간, 주유사강간, 준강제추행, 강제추행 혐의 공판에서 변호인 사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은 지난 13일 기존 변호인 6명 중 4명의 변호인 지정을 철회하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 나머지 변호인 2명까지 모든 변호인의 사임 절차를 오는 21일로 예정된 정명석의 공판 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이하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공분이 거센 사건을 맡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