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가격이 올라서 장사가 안 되니까 올려 받을 수가 없지. 손님들도 와서 가격만 물어만 보고 가.” (전통시장 상점주인 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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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공산품 가격이 잇달아 오른 데 이어 설 성수품 가격도 작년 추석보다 줄인상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사야 할 품목은 많은데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며 한숨을 쉬었다. 장바구니에 몇 개 품목만 담아도 10만원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상인들도 갑자기 오른 물가에 당황하며 차마 ‘제 가격’을 내걸지 못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안 오른 게 없다”…상인들도 “가격 올리기 겁나”
24일 서울 동대문구 A시장에서 만난 김순혜(71)씨는 “집집마다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4인 가구 기준으로 차례상에 놓을 것만해도 20만~30만원대에 했었는데 지금은 쉽지 않다”며 “저 같은 경우는 30명이 먹을 분량을 하기 때문에 50만~6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설날 임박해서는 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비싼 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설 차례상 주요 품목 구입 비용은 10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통시장 내 떡, 전, 나물, 고기, 등 주요 설 성수품 가격은 2013년 20만8084원에서 올해(1월 19일 기준) 26만5552원으로 6만원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대형 유통점은 29만9897원에서 35만7188원으로 역시 6만원가량 뛰었다.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23.4%(전통시장·대형마트 평균)가량 오른 셈이다. 금액으로는 약 5만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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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도 움츠러든 소비심리에 답답해하고 있다.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이 망설이니 막상 올려 받기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청과물점 사장 김혜정(50)씨는 “야채, 과일 할 것 없이 가격이 일제히 다 오르니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대목이다 보니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장사도 안 되는데 올려 받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모듬전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각 식재료 가격이 안 오른 게 하나가 없다”며 “대목 앞두고 녹두전 빼고 작년이랑 똑같은 가격에 팔고 있는데 대목 앞두고도 장사가 안 되니까 도저히 올려 받을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리굴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손장식씨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도 안 좋고 장사가 안 되니까 손님들한테 비싸게 받을 수가 없다”며 “가격은 작년보다 오히려 싸게 주고 있지만 남는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나마 저렴한 건 전통시장…대형마트보다 2만원 넘게 싸
이 와중에도 그나마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게 더 ‘이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데일리가 서울 A시장과 B마트의 전, 떡국용 양지머리, 구이용생선, 떡국 떡, 계란, 파, 과일 등 주요 성수품을 직접 비교해 본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5만3500원, 대형마트에서는 7만7725원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전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300원 쌌고, 떡국용 양지머리 한우는 1만7000원가량이나 전통시장이 저렴했다.
살인적인 물가 탓에 간편히 제수 음식을 차릴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제수음식의 매출은 코로나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설에 34.1%, 추석에는 11.1%로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 바 있다. 같은 기간 SSG닷컴 ‘피코크’ 제수음색 매출도 작년 설에는 106%, 추석에는 86%가 뛰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경우 1차 공급자와 판매자가 같은 경우도 많아 소량 판매 등이 가능한 반면 마트의 경우 정해진 물량과 유통 절차의 차이 등으로 인해 대개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일부 품목에 있어서는 대형마트가 저렴한 부분도 있고 품목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종 이벤트를 꼼꼼히 따져 보고 발품을 팔면 가급적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