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 방산분야 협력이 양국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날 양국 국방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형전투기(KF-X/IF-X) 공동 개발 사업 등 방산 분야 협력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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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KF-X 체계개발 사업비의 20% 규모인 약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KF-X 기반으로 자국 공군이 운용할 IF-X 50여대를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체납금은 6044억원에 달한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군 현대화 일환으로 유럽제 전투기 등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KF-X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자르 프라세티오 인도네시아 공군총장은 지난 2월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현대식 방위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이 중에는 F-15EX와 라팔 전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이탈할 경우 사업비 추가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인도네시아 물량이 제외되면 기체 가격 자체가 상승해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공군은 KF-X 120여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이미 2272억원을 지급한 상황에서 이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정부 당국 판단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타 전투기 구매 계획은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것이어서 KF-X와 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지속적인 KF-X 사업 참여 의지를 밝힌바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이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출고식 행사에 앞서 최종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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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도네시아 상황을 감안하면 유럽제 전투기 구매와 KF-X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잇따른 지진과 화산 폭발, 홍수 등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7%를 기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차관 제공과 분담금 지급 시기를 2028년에서 2031년으로 늦춰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터키·페루와 함께 우리 방위산업 수출의 3대 거점 시장인 점을 감안해 여러 가지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와 일부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발을 빼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프라보워 장관의 방한은 지난 2019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전용기를 타고 전날 한국에 도착한 그는 이날 국방장관 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전투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과의 협력 사업들이 성공해야 한다”면서 “어려움과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KF-X 공동개발 사업과 관련해 프라보워 장관이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동개발 사업 성공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KF-X 시제기 출고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