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주요 200대 그룹 내 1966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家) 회장·부회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식적으로 회장·부회장 직함을 쓰고 있는 55세(한국나이 기준) 이하 젊은 오너 경영자는 36명이었다.
조사 대상 범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리하는 64개 대기업 집단과 주요 그룹 136곳을 추가해 총 200개 그룹 대상이다. 조사는 각 그룹별 오너가 중 올해 한국 나이로 55세(1966년) 이하이고 공식적으로 회장이나 부회장 직위에 오른 오너 경영자다.
이해진 네이버(035420)(1967년생)·김범수 카카오(035720)(1966년생)·방준혁 넷마블(251270)(1968년) 이사회 의장은 그룹 총수 반열에 올라서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회장이나 부회장 직위를 따로 쓰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했다.
1960년대생 회장은 허기호 한일시멘트(300720)그룹 회장, 김흥준 경인양행(012610) 회장 등이 꼽혔다. 허 회장은 51세가 되던 2016년 한일홀딩스(003300)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김흥준(1967년생) 경인양행회장은 45세가 되던 2011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형곤(1967년생) 동방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1970년대생 중에서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단에 합류했다. 1971년생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도 올해 그룹 수장 자리를 맡았다. 이인옥(1971년생) 조선내화회장은 43세가 되던 2013년, 정지선(1972년생) 현대백화점회장은 36세였던 2007년 각각 회장 자리에 올라섰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 포함된 14명의 그룹 회장 중 유일한 30대는 1983년생 박주환 휴켐스(069260) 회장이다. 휴켐스는 태광실업 그룹 계열사로 박주환 그룹 회장은 아버지 고(故) 박연차 회장이 사망하면서 30대 나이인 올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급 오너 경영자도 22명 활약
부회장급 오너 경영자도 22명 정도 활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차기 그룹 회장 승진 1순위 후보군에는 △허정석(1969년) 일진 부회장 △강호찬(1971년) 넥센(005720) 부회장 △김남정(1974년) 동원 부회장 △윤상현(1974년) 한국콜마(161890) 부회장 △김태현 성신양회(004980) 부회장(1974년생)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그룹 내 지주회사 혹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지위를 함께 유지하고 있어 그룹 회장 승진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는 것이 CXO연구소의 설명이다.
부회장급에서는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053590) 부회장(1970년생)의 향후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 부회장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1972년생)보다 직위상으로 한 단계 높은 상태다. 하지만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요 지분이 이미 조 사장에게 상당수 넘어갔지만 이후 형제간 지분 분쟁이 종결되지 않아 향후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 자리를 누가 먼저 꿰찰지 촉각이 모아진다. 현승훈 화승 회장의 두 아들 현지호(1971년생)·현석호(1973년생) 부회장 중에서도 그룹 회장으로 누가 먼저 낙점받을 지도 관건이다.
여성 중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인지컨트롤스(023800) 정혜승 부회장(1972년생)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41개 그룹 계열사 중 인지디스플레이 등 3곳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을 포함해 총 16곳에서 임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정구용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직함을 보유해 차기 회장직에 한 발 가까이 서 있는 형국이다.
“X세대 오너 경영자, 韓경제 핵심으로 자리매김”
이중 박진원 부회장은 전(前) 박성용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그룹 회장직을 장자 상속과 형제 승계의 원칙을 따른다. 이러한 원칙을 유지할 경우 현(現) 박정원 회장 다음으로 두산을 이끌어갈 차기 그룹 회장 후보 1순위자는 박진원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것이 CXO연구소의 분석이다.
이우현 부회장은 이미 공정위가 인정하는 그룹 총수로 지정된 상태여서 회장 승진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정용진·장세희 부회장은 외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그룹 승계 1순위자로 꼽힌다.
국내 주요 그룹 승계자 중 X세대 대표격인 1968년생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어 재계에서 이들의 활약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1968년생 오너 경영자들은 이른바 손오공 최고경영자(CEO)로 지칭된다. 1968년생이 원숭이 띠여서 재계에서도 손오공처럼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밖에 지주회사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서 최대주주 지위도 함께 갖고 있는 오너 경영자는 36명 중 29명으로 70%를 넘어섰다. 조사 대상자 중 10명 중 7명 정도는 이미 그룹 최고 자리에 올랐거나 향후 회장 등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크다. 3~4세 경영자는 2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오일선 소장은 “최근 국내 재계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 오너 경영자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들이 투명한 기업문화와 정공법 등으로 기존 세대에서 이룩한 기업을 뛰어넘을 정도의 성장 발전 토대를 새롭게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자 때부터 이어오는 경영 구습과 관행을 답습하며 현상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그룹의 운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