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 후 경찰에 칼 휘두른 40대 남성, 2심서 형량 반토막 왜?

술값 시비 중 경찰관 두 명이 "자신 무시했다" 앙심
허위신고 유인 후 스프레이 뿌리고 커터칼 휘둘러
1심 징역 8년…2심서 크게 감형된 징역 4년 선고
法 "합의했고, 피해자들 상해 정도 중하지 않아"
  • 등록 2020-07-20 오후 3:36:30

    수정 2020-07-20 오후 3:36:3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허위 신고로 경찰관들을 유인한 뒤 공업용 커터칼을 휘두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2심에서 크게 감형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1·2심 모두 충분히 살인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지만, 1심과 달리 2심 선고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 경찰관들과 합의했다는 점이 감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사진=이데일리DB)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희근)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고모(48)씨에게 최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8월 경기도 포천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술값 시비가 붙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두 명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이후 고씨는 해당 경찰관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인근 편의점 등에서 공업용 커터칼과 헤어스프레이를 산 고씨는 종업원에게 강도가 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한 뒤 편의점 밖에서 경찰관들을 기다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자 고씨는 뒤따라 들어가 헤어스프레이를 피해자들 얼굴에 뿌린 뒤 커터칼을 얼굴과 목 등을 향해 휘둘렀다.

다행히 경찰관들은 커터칼 칼날을 부러뜨린 뒤 테이저건으로 고씨를 제압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다만 제압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전치 2주의 열상 등을 입었다.

재판에 넘겨진 고씨는 줄곧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2심 선고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들어 1심 대비 크게 감형됐다.

1심 재판부는 “고씨는 피해자들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계속했다. 따라서 고씨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또 고씨는 피해자들이 범행 준비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범행 장소로 그들을 유인하는 등 범행을 용의주도하게 계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날 “허위 신고로 경찰관들을 유인해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해 범행을 계획한 점을 고려하면, 고씨는 본인의 가해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령 살인의 결과에 대한 확정적 고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범행도구와 공격방법과 비교하면 다행히 피해자들의 상해결과가 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과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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