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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전시장에 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전시기업 관계자거나 기자네요.”
29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주도로 10여일 만에 급조된 한국판 CES가 흥행에 참패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고됐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찾은 전시장 입구는 매우 한산했다. 애초 예상했던 관람객의 대기 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한 중소기업 전시 부스에는 단 한 명의 관람객도 없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따분하다는 듯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이번 전시회는 CES 2019가 막을 내린 지 불과 2주 만에 열렸다. 정부 주도로 급하게 행사를 밀어붙이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업계에서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만 더 키우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CES 2019에 마련했던 전시 중에는 1년 가까이 소요된 프로젝트들도 있었다”면서 “10여일 만에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전시 규모는 물론, 내용도 부족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정부에서는 전시장 대관료만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들이 이번 전시에 투입한 비용 대비 홍보 효과 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전자전(KES)에도 매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시회가 급하게 준비되다 보니 제대로 된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관람객 가운데는 동대문 쇼핑몰 등 주변을 찾았다가 일정에 없이 방문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이모(43)씨는 “DDP 내 키스해링 전시회를 보러왔다가 무슨 행사인가 싶어 잠깐 들렀다”면서 “입장료가 무료라고 해서 들어왔지만 특별히 관심 가는 전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대학생 강모(23)씨는 “내년 전자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어 참고 차 방문했다”며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아 1시간 만에 관람을 마쳤다. 돌아가기 위해 예매한 KTX 열차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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