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온라인 펀드 시장이 6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펀드 시장 부진 속에서 온라인 펀드 시장도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 금융당국의 온라인펀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외 온라인 전용 펀드 설정액 총액은 5조9417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8416억원 대비 2조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외 공모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전체 유형에서는 3조416억원이 빠져나갔다. 김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 상무는 “투자자들이 금융지식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판단해 가입하는 온라인 펀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온라인 펀드는 낮은 수수료가 장점으로 투자상품의 경험과 지식이 더욱 쌓이면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그간 온라인 전용 펀드의 소극적 설정 및 판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1일 ‘온라인펀드 판매 행정지도’를 시행하면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행정지도의 주요 내용은 공모 개방형 증권펀드(상장지수펀드 및 기관투자자 전용 클래스 제외)를 신규 설정하는 경우 온라인 전용펀드도 반드시 함께 설정하는 것이다. 이에 3300개 수준에 머물렀던 온라인펀드 수는 지난 8월 3900개를 넘어섰고 12월 현재 4700개에 달한다. 온라인 전용 펀드 설정액 증가 추이도 상반기 평균 925억원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2575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설정액이 하반기 들어서만 1조5449억원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펀드 증가세가 마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나올 때와 비슷하다”며 “공모펀드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온라인펀드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펀드의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만 봐도 고객투자자산이 최근 2년간 600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올해 6월 8000억원대를 넘어섰고 지난달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론 1조625억원 수준이다. 펀드슈퍼마켓이 오픈한 지 3년 6개월 만의 성과로 글로벌 펀드슈퍼마켓 찰스스왑이 1조원을 달성하는데 걸린 7년보다 절반 가량 앞당겼다. 이병호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정책의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카카오뱅크 등을 통한 온라인 금융거래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인해 고객 자산이 증가했다”며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 호조와 비과세 혜택 효과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실제 해외 주식형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은 24.45%로 국내 주식형펀드 성과(22.62%)를 앞선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32.52%), 베트남(29.31%), 인도(27.54%) 등은 3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말에 일몰되는 비과세 혜택 효과로 온라인 전용 펀드 설정액 증가분 가운데 1조2300억원이 해외펀드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전용 펀드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시행 후 단기간에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 특징적인 부분”이라며 “모바일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 확산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